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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 설계 프로세서로 최고성능을 달성하다 :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추천 0 IP 주소 59.17.xxx.89
글쓴이 닥터몰라 날짜 2016.08.04 23:43 조회 수 5602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실은 굵직한 그래픽카드 출시의 한복판에- 찾아뵙는 글은 리뷰 사이 '쉬어가기' 느낌으로 써 본 저희의 칼럼입니다. 주제는 약 한달여 전 세상을 놀라게 한 중국의 슈퍼컴퓨터. 생소한 주제라 긴장하셨나요? 어깨에 힘 빼고, 편안히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 이진협,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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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부터 6월 23일까지 열렸던 ISC 2016에서 전세계 TOP 500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발표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의 영광은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에게 돌아갔습니다. 거기에 TOP500 안에 들어간 슈퍼컴퓨터의 댓수에서도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해 가장 많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국가로 등극했습니다. 물론 중국이라는 국가가 전통적인 컴퓨터 강자 미국을 누르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명실상부한 슈퍼컴퓨터 강국이 되었다는 것 자체도 큰 뉴스거리지만 오늘 이 글에서 다룰 주제는 이번에 1등을 차지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라는 슈퍼컴퓨터 자체입니다.


사실 중국이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가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자리를 탈환하기 전의 세계 챔피언은 텐허2로 역시 중국의 슈퍼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텐허2는 인텔의 제온과 제온파이를 조합하여 만든 슈퍼컴퓨터였습니다. 물론 개별 CPU와 제온 파이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연결하는지 역시 매우 중요한 기술이기에 그 프로세서가 인텔의 것이라는 것만으로 중국의 컴퓨터 기술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고성능 CPU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원천기술만은 여전히 컴퓨터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 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컴퓨터 업계에 차원이 다른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인텔의 CPU와 제온파이를 이용해 만들어졌던 텐허2와는 달리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ISA와 그를 기반으로 설계된 프로세서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독자 개발 ISA가 아니라 DEC Alpha ISA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확인 결과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Shenwei-64 Instruction Set이라는 독자적인 명령어 셋을 사용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성능은 매우 뛰어납니다. HPC의 성능을 벤치마크하는 툴인 Linpack 벤치마크 기준으로 기존의 챔피언이었던 텐허2의 33.9Pflops를 훌쩍 뛰어넘는 93.0Pflops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성능 대비 실제 계산성능, 즉 얼마나 효율적으로 슈퍼컴퓨터의 노드들이 연결되고 연산작업이 분배되는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 역시 74%로 텐허2의 62%에 비해 높습니다. 동시에 소모 전력 역시 15.3MW로 텐허 2의 17.8MW에 비해 더 낮습니다. 전력대 성능비 역시 더 낮은 성능의(더 간단하게 구성된) 슈퍼컴퓨터들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로 모든 방면에서 기존의 챔피언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웨이 타이후라이트가 이런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그 세부사항을 들춰봅시다.



   1. 중국의 자체개발 프로세서 : SW26010


슈퍼컴퓨터는 매우 많은 프로세서가 들어가는 거대한 병렬 컴퓨터입니다. 당연히 똑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더라도 그 프로세서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프로세서들에 일감을 분배하는지 등이 성능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실제 계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겠지요. 기존의 세계 챔피언이었던 텐허2가 미국의 기술로 만들어진 제온과 제온 파이들을 병렬로 연결해 그 성능을 확보했던 것과는 달리 화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프로세서로 슈퍼컴퓨터를 구성했고, 그 프로세서의 이름이 바로 SW26010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직접 상용 CPU를 설계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범위를 ISA 단위의 설계까지로 좁혀내면 더더욱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 분야는 최근에 와서 좀 덜해지긴 했지만(스마트기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영국 소재 ARM의 ISA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세서들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미국이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냉전의 승패를 완전히 판가름한 요소 중 하나가 컴퓨터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그로 인한 혜택을 누린 서방과 그렇지 못한 동구권의 차이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로 기존의 서방세계가 동구권에 비해 가지고 있는 확고한 기술적 우위 중 하나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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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과거 동구권에 속해있던 강대국들은 컴퓨터산업 쪽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을만한 기술력을 갖추려는 로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의 가장 핵심 부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로세서의 자체 설계 능력 확보는 그들의 로망이 실현되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전 러시아가 자체 개발 CPU를 탑재한 PC를 출시했다는 소식(링크)을 전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이 PC에 들어간 프로세서는 러시아 정부에서 직접 개발에 관여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에 투입된 CPU는 이매지네이션사의 MIPS ISA를 기반으로 했으며 전체 성능 역시 현용 데스크탑의 그것이라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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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에 들어간 SW26010 프로세서는 가장 기본적인 ISA부터 코어의 구조 등 모든 것이 자체 설계이며 그들이 구성해낸 최종 결과물 역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산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로 그 성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습니다. 물론 그 구조가 범용적으로 쓰이는 데스크탑 CPU보다는 GPU의 그것이나 제온 파이의 그것에 가깝기 때문에 데스크탑 등에서 사용되는 범용 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이 칩이 HPC 분야에서 사용되는 프로세서란 점에서 이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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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격적으로 SW26010 프로세서의 구성을 뜯어봅시다. SW26010 프로세서는 총 260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일 프로세서는 네 개의 코어 그룹이 NoC(Network on Chip)으로 연결되어 SI(System Interface)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각각의 코어 그룹은 당연하게도 65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코어그룹마다 128비트 DDR3-2133 메모리 컨트롤러가 8GB의 DDR3 램과 연결됩니다. 즉, 단일 프로세서는 총 32GB의 메인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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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코어 그룹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코어 그룹은 한 개의 MPE(Management Processing Element)와 64개의 CPE(Computing Processing Unit)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코어는 모두 64비트 RISC 구조이며, SIMD, 비순차실행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아키텍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CPE와 MPE는 그 세부 구성과 역할이 다릅니다. 크게 보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MPE는 코어 그룹 내에서 CPE의 동작을 조절하고 외부와의 통신 등 계산을 위한 여러 관리 업무를 전담합니다. 하지만 MPE의 자원 역시 계산에도 관여합니다. 그와 달리 CPE의 자원은 전적으로 계산에 투입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MPE는 단일 코어 성능이 좀 더 높고 통상적인 CPU의 코어와 유사하게 설계되었습니다. MPE는 두 개의 부동소수점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는 슈퍼스칼라 구조를 채택하고 있고 32KB의 명령어 캐시와 32KB의 데이터 L1 캐시를 갖고 있으며, 256KB의 L2 캐시를 갖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CPE는 한 개의 부동소수점 파이프라인만을 갖추고 있으며 16KB의 명령어 L1 캐시와 64KB의 Scratch Pad Memory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부동소수점 파이프라인은 사이클당 8개의 배정밀도 부동소수점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으며 256비트의 벡터 명령어를 지원합니다.


CPE와 MPE는 모두 1.45GHz의 클럭스피드로 동작하며 이를 통해 계산해낼 수 있는 단일 프로세서(네 개의 코어 그룹으로 구성된)의 배정밀도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은 초당 3.0624Tflops로, 이는 얼마 전 공개된 인텔의 새로운 제온 파이인 나이츠 랜딩(링크)의 배정밀도 연산성능과도 비교할만한 수준입니다. 인텔이 더 발전된 제조공정에서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고(SW26010의 제조공정이 명확하지 않음) DDR4 지원 등으로 더 넓은 메모리 대역폭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SW26010이 매우 효율적으로 설계된 프로세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를 구성하는 개별 프로세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슈퍼컴퓨터의 성능에서 프로세서의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각각의 프로세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엮어서 전체 스루풋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선웨이 타이후라이트가 1000만개에 달하는 코어를 어떻게 연결시켜 세계 최고의 성능을 내는 슈퍼컴퓨터를 구성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2.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전체 시스템 구성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총 1064만 9600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로세서 단위로 세더라도 40960개가 투입된 슈퍼컴퓨터입니다. 계산에 관여하는 코어 갯수가 일정 수를 넘어가면 그들 사이의 통신 등에 들어가는 오버헤드가 증가되고, 전체 작업을 분배하는 것 자체도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코어 갯수만 늘린다면 투입된 코어에 비해 효율이 매우 나쁜 컴퓨터가 탄생할 것입니다. 심지어 어느 선을 지나가면 발생하는 오버헤드가 너무 커져서 코어를 더 투입할수록 총 연산성능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이론적 최대 연산성능 대비 실제 린팩 벤치마크 연산성능이 74%로 기존 세계 챔피언이었던 텐허2의 62%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구성이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세서를 설명할 때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프로세서(이하 노드)는 SI(System Interface)를 통해 시스템에 접속된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때 이 System Interface는 표준 PCIe 3.0기반의 버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내부에는 세 가지 종류의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각각 Central Switching Network, Supernode network, Resource Sharing Network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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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네트워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위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물리적 구성을 살펴봅시다. 먼저 SW26010 프로세서 2개가 단일 카드를 구성합니다. 네 개의 카드가 한 개의 보드에 들어가고, 32개의 보드가 하나의 슈퍼노드를 구성합니다. 슈퍼노드 내의 256개의 노드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 각 노드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바로 Supernode network로 세 종류의 네트워크 중에서 가장 높은 대역폭과 가장 낮은 지연시간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구성된 슈퍼노드 네 개가 한 개의 캐비닛을 구성합니다. 즉, 캐비닛 하나에는 1024개의 프로세서, 26만 6240개의 코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전체 시스템은 이런 캐비닛 4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전체 시스템은 160개의 슈퍼노드로 구성되어 있고, 이 슈퍼노드 사이의 통신을 담당하는 네트워크가 바로 Central Switching Network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여러 단계의 구분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적인 구성은 결국 시스템 - 슈퍼노드 - 노드 - 노드 내부의 코어의 형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설명하지 않은 Resource Sharing Network는 이렇게 구성된 컴퓨팅 시스템을 다른 외부 시스템(예를 들어 I/O 시스템 등)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입니다.


이렇게 구성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전체 시스템은 총 160개의 슈퍼노드, 40960개의 프로세서, 1064만 9600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론적인 최대 성능은 배정밀도 부동소수점 연산 기준 초당 125.4Pflops입니다.



   3.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소프트웨어


이전의 글(링크)에서도 간단히 짚어본 바 있지만 특정 소프트웨어를 병렬화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수십여개의 코어에서 최적화되어 그 연산성능을 잘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힘든 현실에서 천만개의 병렬 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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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기본적으로 리눅스 기반으로 자체 제작된 운영체제인 Sunway Raise OS 2.0.5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C, C++, Fortran을 지원하는 병렬 컴파일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의 루프 등 여러 요소들을 벡터화하는 프로그램 역시 중요한 구성요소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C, 기본적인 Math 라이브러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병렬 컴파일을 지원하기 위해 OpenACC 2.0의 문법을 기반으로 SW26010 프로세서에 최적화시킨 Sunway OpenACC를 탑재하고 있다.


현재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시스템이 대응할 수 있는 네 개의 중요한 응용프로그램은 제조공정을 향상시킬 수 있는 CFD, CAE 프로그램과 기상예측을 위한 프로그램, 생명과학을 위한 프로그램, 빅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개발중인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하며 이들은 전체 시스템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습니다.



   4. 결론 및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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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올해 ISC 2016을 기점으로 상위 500개 슈퍼컴퓨터 중 가장 많은 댓수를 보유한 국가로써, 또 2013년 이래 계속된 최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보유국으로써 자신들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기존의 챔피언이었던 텐허2가 인텔의 프로세서들을 이용해 구성된 컴퓨터였다면 이번에 최고성능 컴퓨터로 랭크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직접 설계한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이자 그 성능 역시 기존의 챔피언을 두 배 이상 멀찍히 따돌리는 수준으로 실리콘 단위에서부터 소프트웨어 레벨까지 빈틈없는 기술력을 가졌음을 전 세계에 공표했습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를 구성하는 프로세서인 SW26010은 64-bit 기반의 RISC 프로세서로 단지 코프로세서로 동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탠드 얼론 프로세서로 동작한다는 점에서 인텔의 새로운 제온 파이인 나이츠 랜딩과 비교할 만 합니다. SW26010은 메인메모리 성능 등 더 불리한 조건 하에서도 배정밀도 부동소수점 성능 기준으로 나이츠 랜딩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이 있듯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이들의 첫 작품이 아닙니다. 몇 번의 거듭된 설계와 경험의 축적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당연히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것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자체개발 프로세서를 앞세워서 슈퍼컴퓨터를 제작하겠지요. 그리고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컴퓨터 수요국 중 하나인 중국에서 그 영향력을 늘려나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일 것입니다.


이 소식은 인텔에 특히 안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인텔은 ARM을 필두로 하는 RISC 진영에 의해 노트북보다 작은 기기들의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물론 전통적으로 그들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던 데스크탑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데스크탑 시장 자체가 성장을 멈췄다는 것과 지난 글(링크)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그 성능향상 역시 정체되고 있습니다. 성능 향상의 정체는 교체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고 이는 인텔에게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인텔 역시 이런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사업의 주력을 비 PC 부문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링크). 특히 제온 프로세서를 담당하는 인텔의 데이터센터 부문이 꾸준히 성장함으로써 이런 현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장은 변변한 경쟁상대가 없는 PC 시장과는 다르게 현재도 IBM 등의 경쟁상대가 굳건한 시장입니다. 인텔은 이런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데스크탑 라인업과는 달리 제온 라인업에 매 세대 큰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고(링크), 제온 파이를 강화하고 알테라를 인수해 FPGA를 제품에 투입하는 등(링크)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등장한 중국 자체 개발 프로세서는 인텔에게 있어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RISC 기반의 프로세서들은 저전력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을 일소했고, 이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경계선마저 넘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경쟁자에 더해 중국의 새로운 프로세서 등이 인텔을 더 강하게 압박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인텔이 이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데스크탑 시장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텔은 적극적으로 기술적 혁신을 추구하거나 사업모델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는 등의 거대한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이 컴퓨터 업계에서 한동안 확실하게 굳혀져 왔던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훗날 돌아보면 이 시기가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도 있지요.


언제나 변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슈퍼컴퓨터 역량을 강화한다는 기치 아래 국산 슈퍼컴퓨터 개발에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필자는 이 사업이 지금까지의 수많은 한국형 무언가를 만드는 사업들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실제로 슈퍼컴퓨터 설계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발성의 눈 먼 돈 쏟아붓는 형태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글을 끝맺기 전 곧 찾아올 IYD의 'ARM vs x86(가제)'글을 살짝 예고해 볼까 합니다. 이번 글이 초고성능 HPC시장을 다루었다면 곧 찾아올 글은 현재 ARM이 점령한 시장과 인텔이 점령하고 있는 전통적인 시장의 경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전체 컴퓨터 업계를 재조명할 것입니다. 독자분들에게 IYD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내용과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이만 글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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