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애플 아이패드 프로 10.5 성능리뷰 : 모바일에서 성능은 이렇게 쓰는 것 | 추천 | 0 | IP 주소 | 39.117.xxx.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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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닥터몰라 | 날짜 | 2017.08.20 20:08 | 조회 수 | 51339 |
사진 : 백투더맥 에디터 쿠도군 컴퓨터의 성능이 빠르게 발달하던 시절, 컴퓨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컴퓨터의 성능이었다. 빠른 CPU는 확실한 체감 성능의 향상을 가져다줬고, 그 차원을 넘어서 컴퓨터로 하는 대부분의 작업의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켜줄 수 있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이 빠르게 증가할 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예전에는 너무 느려 구현할 수 없었던 기능들을 새로 추가했고, 성능의 증가는 더 풍성한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더 풍성해진 소프트웨어 기능은 프로그램을 다시 무겁게 만들었고,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다시 더 강력한 성능의 컴퓨터를 내놓는 방식으로 컴퓨터 산업은 선순환을 유지했다.
닥터몰라 코어-X vs 라이젠 스레드리퍼 리뷰 중
하지만 이런 선순환 구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무작정 작동 클럭을 높여 컴퓨터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전력 장벽에 부딪혔다. 그렇다고 무작정 단일 코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아키텍처를 확장하는 방법 역시 투입하는 트랜지스터에 비해 성능 향상폭이 적었다. 그 결과 프로세서 제조사들은 코어를 여러 개 집적하는 멀티코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머지 않아 쿼드 코어 프로세서가 일반 소비자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프로세서의 코어 개수가 계속해서 늘어갔던 것과 달리 일반 소비자 시장의 프로세서는 한참동안 쿼드코어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싱글코어 성능 향상을 통한 성능 향상이 둔화된 상황에서 이런 코어 수의 정체는 일반 소비자 시장 프로세서의 성능 정체를 가지고 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코어 개수가 정체되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굳이 일반 소비자용 프로그램을 병렬화시킴으로써 성능을 개선시키는 데 큰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반대로 생각해서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된 병렬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세서 제조사는 굳이 추가 코어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 먼저든 간에 결과적으로 컴퓨터 시장을 이끌어오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 셈이다.
컴퓨터의 성능 향상이 더뎌지고, 이와 함께 컴퓨터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컴퓨터 시장의 성장이 크게 둔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컴퓨터는 매년 급격히 빨라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오래된 컴퓨터도 자기 일을 잘 해내고 있다. 컴퓨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성능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자 소비자들은 다른 기준으로 컴퓨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의 디자인, 디스플레이 품질, 사용자 편의성 등의 기준은 이제 성능만큼이나, 혹은 성능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들이 되었다. 혹자들은 이제 컴퓨터 시장의 성능은 상향평준화되었고 일반적인 사용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으니 더 높은 성능은 사치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컴퓨팅에서 충분한 성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과 컴퓨터가 제공하는 편의 기능들은 십년 전만 해도 컴퓨터의 성능이 부족해서 제대로 구동할 수 없었다. 요즈음 핫한 머신 러닝 기술 역시 제안된 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개념이 제안될 당시에는 컴퓨터의 성능 부족으로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개인용 PC와 심지어는 스마트폰에서도 머신러닝을 이용한 여러 기능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새롭고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성능은 필요한 셈이다.
이런 것들은 모바일 컴퓨터에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 손 안에 들어와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들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컴퓨터이며 그 성능이 매우 빠르게 발전해왔다. 우리는 불과 10년전만 해도 휴대폰에서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기능들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성능 성장 역시 컴퓨터 시장과 비슷한 정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고성능은 그리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소프트웨어적인 뒷받침이 존재하지 않는 성능 그 자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 : 애플 제공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 10.5는 모바일 기기에서 강력한 연산 성능을 어떻게 사용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쿠도군님께서 앞서 선보인 리뷰(링크)에서 디자인이나 사용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뤄주셨으니,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리뷰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의 좀 더 디테일한 성능과 기술적인 부분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일반 사용자들도 모바일 기기에서 더 강력한 성능이 필요한 이유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강력한 모바일 프로세서 : A10X Fusion CPU
아이폰 7에 들어간 A10 Fusion 칩의 가장 큰 특징은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함께 한 CPU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한참 전에 채택한 개념이지만 그 동안 애플은 단일 코어를 가지고 성능, 전력 특성을 모두 튜닝해가며 단일한 특성의 코어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 애플도 더 강력한 성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코어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두 특성을 가진 코어가 동시에 동작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들과는 달리 애플의 경우 고성능 코어나 고효율 코어 클러스터 중 하나가 선택되어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A10X Fusion 역시 CPU 아키텍처의 측면에서는 A10 Fusion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한 쪽 특성을 가진 코어만을 활성화시킨다. 각각의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의 마이크로아키텍처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성능 특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이패드 프로의 A10X Fusion의 고성능 코어는 조금 더 높은 작동 속도를 가졌고, 더 큰 L2 캐시를 투입해 싱글 코어 성능을 높이고, 한 개의 코어 쌍이 추가되었으며 더 높은 메모리 대역폭을 가지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패드 프로의 A10X Fusion의 고성능 코어는 긱벤치 4 싱글코어 점수 기준으로 A10 Fusion 칩과 10%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코어의 동작 속도 차이는 이보다 작은데, 이는 긱벤치 4 점수를 산출할 때 전체 점수 중 메모리 점수가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메모리 대역폭이 아이폰에 비해 훨씬 넓기 때문에 메모리 점수에서 60%가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즉, 전체 점수에서 메모리 성능을 제하고 나머지 점수를 살펴보면 그 차이는 5%정도로 줄어든다. 이 성능 차이는 클럭 속도(2% 이내)와 더 큰 캐시 메모리에 기인한 차이이다.
A10X Fusion 칩은 L2 캐시 용량이 8MB로 A10 Fusion칩의 L2 캐시 3MB 보다 훨씬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 A10X Fusion 칩이 코어가 하나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코어당 캐시 용량은 A10 Fusion 칩의 1.5MB에서 2.67MB로 크게 늘었다. 대신 A10X Fusion 칩의 경우 이 거대한 L2 캐시가 칩의 LLC(Last Level Cache)를 담당하고 있다. 즉, L3 캐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애플이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아이패드 프로의 A9X 역시 L3 캐시가 없는 설계를 가지고 있었다. 애플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L2 캐시가 이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상위 레벨의 캐시 내용이 하위 레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inclusive 방식의 L3 캐시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L2 캐시가 3MB로 확장된 Twister 아키텍처 이후 L3 캐시는 더 이상 inclusive한 방식으로 동작하지 않고, 대신 하위 레벨 캐시에서 축출된 캐시 라인을 모아 두는 victim 방식으로 동작했다.
게다가 하드웨어 긱들이라면 이런 접근이 낮설지 않을 것이다. 최근 스카이레이크 X에서 인텔이 이와 유사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에서 각각의 코어는 코어당 256KB의 L2 캐시와 코어당 최대 2.5MB의 L3 캐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스카이레이크 X에서는 이런 캐시 계층 구조에 변동이 있었는데, 이제 각 코어는 1MB의 L2 캐시를 가진다. 대신 코어당 L3 캐시의 용량이 줄어들었고, L3 캐시의 작동 방식이 inclusive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인텔이 정확한 동작 방식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L3 캐시는 변형된 victim 방식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10X Fusion처럼 L2 캐시 용량이 커지게 되면(L2 캐시 용량이 늘어난 스카이레이크 X의 코어당 1MB보다도 더 큰 용량) 캐시 교체 정책에 의해 쫒겨난 캐시가 짧은 시간 내 다시 참조될 경우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고(쫒겨난 캐시 라인의 지역성이 떨어짐), 이 때문에 victim 방식의 L3 캐시를 생략하더라도 성능상에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할 것이다. 또, A10X Fusion 칩과 A9X 칩은 높은 대역폭과 동작속도를 가진 메인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캐시 미스가 발생했을 때의 손해 역시 A10 Fusion 프로세서에 비해 적다는 점 역시 L3 캐시가 생략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즉, A10X Fusion 칩은 A10 Fusion칩과 거의 비슷한 성능을 가진 코어를 가져 싱글코어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코어를 하나 더 투입해 멀티코어 성능을 올리는 데 주력한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A10 Fusion 칩과 비교했을 때의 성능 향상이고, 이전 세대 프로세서인 A9X 칩과의 비교에서는 더 큰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 A10X 칩은 싱글코어 성능을 기준으로 23% 정도의 성능 향상을 보여주었으며, 메모리 성능 역시 크게 향상되어 긱벤치 메모리 점수 기준으로 46%나 향상된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코어 하나가 추가되었기에 멀티코어 CPU 성능은 두 배에 가까운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A9X칩과 비교했을 때, 고효율 코어가 투입되어 전력효율 역시 크게 향상되었음은 물론이다.
정리하자면 A10X Fusion 칩은 싱글코어 성능의 관점에서는 아이폰 7의 A10 Fusion 칩과 거의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A10X Fusion이 A10 Fusion보다 앞선 10nm 공정에서 생산된다는 것과 출시된 시점이 꽤 차이가 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전 세대 A9X 칩에 비해서는 확실한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고, 코어를 하나 더 투입함으로써 멀티코어 성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아키텍처 개선을 통해 메모리 성능 역시 크게 향상시켜, 최강의 모바일 프로세서가 되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 넓어진 화면, 더 강력해진 그래픽 성능
사진 : 백투더맥 에디터 쿠도군
아이패드 프로 10.5는 기존의 9.7형 아이패드에 비해 20% 더 넓은 화면을 가지고 있다. 화면이 20% 더 넓어지면서 픽셀 밀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당연히 화면의 픽셀 개수 역시 20%만큼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 프로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감당해야 할 픽셀의 양은 훨씬 더 늘어나는데, 이는 이번 아이패드 프로의 디스플레이가 최대 초당 120번을 갱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들이 화면을 초당 60번 갱신하는 것과 비교해봤을 때 2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디스플레이가 초당 120번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그래픽 유닛이 초당 120번만큼 화면을 그려내서 디스플레이에 넘겨줘야 함을 의미한다.
즉, 이번 아이패드 프로 10.5는 기존의 9.7형 아이패드에 비해서 최대 2.4배에 달하는 픽셀을 그려내야 한다. 이처럼 늘어난 픽셀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력한 그래픽 성능이 필요하다.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 역시 매우 강력한 그래픽 성능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는 한층 더 강력해진 그래픽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아이패드 프로 12.9형은 총 4GB의 메모리와 128비트의 메모리 버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패드 프로 9.7형의 경우 2GB의 메모리와 64비트의 메모리 버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 성능은 특히 메모리 대역폭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같은 그래픽 유닛을 가지고도 아이패드 프로 9.7형의 그래픽 성능이 더 낮았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 프로 10.5와 12.9 모두 128비트 버스의 4GB LPDDR4 메모리를 사용하여 이런 성능상의 차이가 없다. 또,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새 아이패드 프로는 지난 세대 아이패드 프로 12.9에 비해서도 더 높은 메모리 성능을 보인다. 다만 벤치마크에서 메모리 성능 향상이 확연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메모리 칩셋의 동작 속도가 높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A10X의 프로세서 아키텍처 변경에 의한 것으로 보여 메모리 성능 향상이 그래픽 성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아키텍처의 관점에서 보면 애플은 전통적으로 그래픽 유닛을 공급받던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면서 독자 GPU 설계를 천명했다. 실제로 쉐이더 유닛의 경우 애플이 어느 정도 커스텀을 수행했거나 독자설계를 통해 이미 자체 디자인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온 것으로 보이며,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그래픽 유닛이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 투입된 그래픽 유닛과 비교해서 큰 아키텍처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10nm 공정으로 제조공정이 옮겨지고 듀얼 클러스터 코어를 통해 얻어낸 전력 여유분을 이용해 그래픽 코어의 작동속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런 접근을 통해 새 아이패드 프로는 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 9.7과 비교해서 50%가 넘는 그래픽 성능 향상을 이뤘고 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 12.9와 비교해서도 30% 이상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인데, 적어도 모바일 영역에서는 대적할 칩셋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분야를 모바일로 단정하지 않더라도 새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은 상당한 수준인데, 아이패드 그래픽 유닛의 클럭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전 세대와 아이폰 등과의 비교를 통해 대략 그 클럭을 900MHz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단정도 연산성능 기준으로 이론적 최대 연산성능은 700GFLOPS에 달한다. Xbox One의 연산성능이 1.31TFLOPS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가 배터리로 동작하고 별도의 쿨러가 없는 기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인상적인 수치인지를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은 모바일 분야에서 최고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는 아예 대적할 칩셋이 없는 수준의 성능 우위를 가지고 있고, 패시브 쿨링으로 동작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가는 인텔의 HD Graphics 615의 경우 단정도 연산성능이 최대 400GFLOPS라는 점을 봤을 때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이 대부분의 저전력 노트북들에 비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강력해진 성능을 사용자 경험으로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진 : 백투더맥 에디터 쿠도군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프로는 10nm 공정으로 제조된 강력한 A10X Fusion 칩을 탑재하고 있다. 아이폰 7과 싱글코어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전작인 A9X와 비교하면 싱글코어 성능도 대략 30% 정도의 향상을 보인다. 거기에 한 쌍의 코어를 추가해 멀티코어 성능 역시 크게 높였다. 특히 A10 Fusion칩과 같이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동시에 투입해 전력 효율 역시 높일 수 있었다. 그래픽 성능 역시 지난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 비해서도 향상된 성능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리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추가된 코어와 그래픽 유닛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패드 프로는 모바일 기기에서 거의 최상급의 디스플레이 역시 탑재하고 있다. 새 아이패드 프로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120Hz의 재생률을 지원하며 더 넓은 색영역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성능이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되지 않는다면, 이런 강력한 성능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플은 강력한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성능과 역시 매우 강력한 디스플레이를 고스란히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PC가 60Hz의 주사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의 최대 화면 주사율을 120Hz까지 끌어올렸다. 실제로 이 변화는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 집어들자마자 체감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매 순간 부드러운 화면 반응에 감탄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기기가 터치에 반응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지고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터치감이 향상되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 1세대 리뷰 중 다음 세대 아이패드 프로 예측
사실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1세대 제품에서부터 화면의 주사율을 상황에 맞게 24Hz에서 60Hz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갔으며, 역시 1세대 아이패드 프로도 초당 120번 터치 입력을 받았으며, 애플 펜슬 입력이 들어올 경우 초당 240번 터치 입력을 받고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기술들은 2세대 아이패드 프로에서 완성된 ProMotion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능들이다. 화면은 120회 갱신되고 있지만 운영체제가 터치 입력을 기존과 같이 1초에 60번을 받는다면 화면 갱신에 따른 이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다. 특히 애플펜슬의 경우 지연 시간의 큰 부분이 16.7ms에 달하는 화면 갱신시간에 의한 것이었는데 화면의 갱신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고 터치를 처리하는 CPU, GPU의 성능이 향상되어 훨씬 더 짧은 지연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런 정보들에 기반하여 닥터몰라의 전신인 IYD의 아이패드 프로 리뷰에서 다음 세대 아이패드 프로는 화면 주사율이 120Hz까지 증가하고, 이로써 애플펜슬의 지연시간의 최대 범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었고, 이는 현실로 이뤄졌다.
초당 120회 화면을 그려내고, 120회에서 240회의 터치 입력을 받아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기술적인 도전이다. 실제로 120Hz의 화면 주사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려낼 수 있는 평균 프레임이 120Hz가 아니라, 최소 프레임이 120Hz 근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 넉넉한 성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애플은 이를 위해 꾸준히 모바일 기기들에 더 강력한 성능을 투입했으며 비로소 이를 충분히 처리해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컨텐츠의 색상 포맷에 따라 완벽하게 이뤄지는 컬러 매니지먼트 등의 소프트웨어는 뛰어난 하드웨어인 디스플레이를 더 빛나게 만든다. 실제로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광색역 디스플레이를 볼 때 색상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이런 문제가 없다.
사진 : 백투더맥 에디터 쿠도군
새 아이패드 프로는 자신의 강력한 성능을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기기에서 강력한 성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애플의 전례를 봤을 때 이런 변화가 언제까지고 아이패드 라인업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그러했고, 광색역 디스플레이가 그러했듯이 곧 애플은 아이폰, 맥 제품군으로도 이와 같은 기술을 퍼뜨려나갈 것이고 이는 곧 시장 전체로 빠져나갈 것이다. 부디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퍼져나가 소비자의 눈을 높이고 컴퓨터 시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