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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Inside Your iPad Pro : (2) 극과 극, 애플펜슬과 스마트키보드 추천 0 IP 주소 114.200.xxx.203
글쓴이 닥터몰라 날짜 2016.01.11 23:15 조회 수 7347

*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 IYD가 보여드릴 글은 아이패드 프로 리뷰 2부, 애플팬슬 및 스마트키보드 편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 이진협, 이대근

원문 : http://iyd.kr/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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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Inside Your iPad Pro : (1) 성능편(링크)> 에서 이어집니다.


아이패드 프로 리뷰 1부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AP, 메모리, 스토리지 등 각종 성능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프로 기기를 표방하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성능은 절대 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A9X를 탑재하여 높은 CPU 성능, 그래픽 성능을 가졌습니다. 기존 아이패드 에어 2에 들어간 A8X보다 높은 성능을 가진 것은 물론 인텔의 코어 m과도 비견할만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메모리 역시 LPDDR4를 탑재하여 높은 대역폭을 확보했고, 4GB의 용량 역시 iOS 기기에서 전례 없는 것이었습니다. 스토리지 역시 SLC 캐시를 확보해 TLC 메모리의 단점을 보완했고, PCI-E 라인을 통해 NVMeic_footnote.gif?v=2 프로토콜로 전송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PC의 최신 SSD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가 단순히 성능이 좋아지고 화면만 커진 아이패드였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못한 기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빠른 성능, 넓어진 화면 등이 기존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이패드 프로가 경쟁력을 가지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현재 적어도 일부 계층에서는 충분히 쓸모있는 기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 이런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은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된 주변기기들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것이 과연 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은 사람에게 던진 바로 그 물건, 애플펜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러닝메이트 : 애플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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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애플펜슬 소개 페이지)


애플이 발표회에서 공식적으로 애플 펜슬을 발표한 순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애플펜슬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애플펜슬에 걱정과 조롱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절대적이라 여겨지던 와콤 기반의 펜이 아니었고 어쨌든 검증되지 않은 첫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펜슬을 사용하는 것이 마치 진짜 연필이나 제용도구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왔습니다. 걱정과 조롱 일색이던 세간의 평가 역시 실제 애플펜슬이 배포되기 시작하고 여러 전문가 리뷰들이 나오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정말 '연필 같은' 애플 펜슬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애플펜슬이 하는 일은 매우 단순해 보입니다. 그냥 사용자가 그은 선을 인식하는 스타일러스죠. 다른 스타일러스들이 외부 버튼을 이것저것 달고 있는 것과 달리 그런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기술은 절대로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드로잉을 위해 다양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럼 애플펜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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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펜슬 소개 영상 중)


애플펜슬을 처음 받아들고 아이패드 화면에 갖다 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애플펜슬은 일반적인 정전식 스타일러스와 달리 전원이 꺼져있거나 블루투스를 통해 페어링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건 애플펜슬이 액티브하게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패드 프로의 서브시스템이 애플펜슬의 신호를 특이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알아봅시다.


애플펜슬의 끝 부분에는 분리 가능한 팁이 있습니다. 이 팁에는 전극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 전극은 애플펜슬의 본체와 금속 접점으로 연결되어 작동합니다. 사실 애플펜슬에는 두 개의 전극이 있는데 하나는 끝 부분의 팁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절연체로 구분되어 펜슬의 본체 쪽에 위치합니다. 두 번째 전극의 역할은 뒤쪽에서 다시 기술하겠습니다. 애플펜슬 내부에는 클럭 발생기가 존재합니다. 클럭 발생기는 이름 그대로 일정한 클럭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이 클럭 신호는 내부의 Cortex-M3 기반의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통해서 각각의 전극에 도달하게 되고 애플펜슬의 각 전극은 고유한 신호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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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특허 문서 'Stylus Orientation Detection' Fig.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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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Fixit, Creative Electo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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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Fixit, Creative Electr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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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Fixit)


이렇게 발생한 전기 신호는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시스템에서 특이적으로 인식됩니다. 오늘날의 멀티 터치 화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역시 Cortex-M 계열의 프로세서가 이들 서브시스템을 총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부속들이 터치를 인지해 메인 시스템으로 전송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애플펜슬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을 개량했습니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은 수많은 가로, 세로 도선들로 구성됩니다. 이 도선들에 영향을 주는 물체를 인지하여 그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요. 애플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던 도선의 밀도를 늘렸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은 픽셀 단위로 정밀하게 위치를 계측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또 내부의 프로세서, 메모리, 송출부, 수신부 등의 성능을 개량하여 최대 1초에 240번씩 터치 입력을 스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은 터치 입력이 애플펜슬이 송출하는 신호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 터치 우선권, 스캔율 등이 결정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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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특허 문서 'Stylus Orientation Detection' Fi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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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각각 터치 서브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와 실제 터치 센서 패널 부분의 작동을 도식화한 것입니다. 터치패널에는 픽셀 단위로 가로, 세로 도선이 배치되어 있는데 애플 펜슬의 팁 부분 전극에서 나온 신호가 도선에 영향을 주면 영향을 받은 도선을 통해 팁의 위치를 특정합니다. 물론 전극이 하나의 도선만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여러 개 도선을 활성화하지만 전위의 변화 정도와 피드백 신호 등을 종합하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터치 서브시스템은 이렇게 얻어진 내용을 메인 시스템에 전송하고 이를 통해 운영체제와 각종 어플리케이션이 터치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은 아이패드 프로가 어떻게 애플 펜슬의 화면상 위치를 특정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애플펜슬에는 두 개의 전극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에는 팁 부분의 전극 하나만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전극 하나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바로 이 두 번째 전극이 애플펜슬의 기울기 인식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애플펜슬의 기울기 인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접점 바로 위쪽의 애플펜슬 부분은 절연체로 구분되어 또 다른 전극으로 작동하는데 작동 원리는 위에서 말씀드린 첫 번째 전극과 같습니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은 팁의 전극 위치뿐만 아니라 이 두 번째 전극의 위치 역시 계속 스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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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그림을 봅시다. 각각의 전극에서 나온 신호는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에 의해 인식됩니다. 아이패드는 두 점의 좌표를 각각 측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평면상에서 두 점의 거리를 구해낼 수 있게 됩니다. 또, 애플펜슬 내에 있는 전극 간의 거리는 항상 일정합니다. 즉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가 주어진 셈이므로 삼각함수를 통해 펜의 기울기 값을 계산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모두 터치 서브시스템에서 이뤄지며 메인시스템으로는 최종적으로 계산된 기울기 데이터만이 넘어가게 됩니다. 당연히 어플리케이션들은 이 기울기 데이터를 응용해 멋진 기능들을 구현해 낼 수 있겠지요.


전문가용 스타일러스에 또 빠질 수 없는 기능이 한 가지 있지요. 바로 필압감지 기능입니다. 애플펜슬의 필압감지는 팁과 연결된 심 부분이 통째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팁이 안쪽의 심에 체결되고 이 심과 외장 사이에 물리적인 이동을 통해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측정된 필압 데이터는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로 전송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하드웨어적 기술이 애플펜슬이 잘 작동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하드웨어적인 처리만으로는 애플펜슬이 보여주는 반응성과 자연스러움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애플펜슬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게 하려고 많은 소프트웨어적 장치들을 동원했습니다. 하드웨어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죠.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스타일러스로 화면에 썼을 때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응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스타일러스로 선을 그었는데 선이 한 박자 늦게 스타일러스를 따라오는 게 눈에 보인다면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겠죠. 애플펜슬은 딜레이를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속임수 없이 이론적으로 구현 가능한 최소 딜레이는 16~32ms입니다. 60Hz의 디스플레이에서 한 프레임이 갱신되는 게 대략 16.7ms이기 때문입니다(본 글에서는 쉬운 계산을 위해 소수점 자리를 버리고 계산했습니다. 정확한 딜레이는 1/60값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특정 프레임 타임ic_footnote.gif?v=2 중에 명령이 들어오게 되면 그 명령이 아무리 빨리 처리되더라도 그 결과를 화면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한 프레임이 갱신되는 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특정 명령이 바로 다음 프레임에 처리되어 표시되는 것조차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애플은 명령이 최대한 빨리 내에 화면에 반영되도록,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느끼는 딜레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런 소프트웨어적 기법은 이미 올해 WWDC에서 공개된 내용입니다. 당시 이 세션의 발표 내용을 듣고는 한 개발자가 '애플이 분명히 자기들만의 스타일러스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아래 소개되는 슬라이드들은 모두 WWDC의 Advanced touch input on iOS 세션에서 사용된 슬라이드입니다. 링크)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iOS의 터치 인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봅시다.


iOS의 터치 처리 과정은 파이프라인화ic_footnote.gif?v=2 되어있습니다. 한 터치 이벤트를 처리하는 동안 다른 터치가 무시되면 안되니까 너무 당연한 것이죠. 터치 처리 과정은 총 다섯 단계로 파이프라인 되어있습니다. 터치 시스템은 멀티 터치 인식(터치 서브시스템과 운영체제가 이를 인식하여 앱에 넘겨주는 단계), 앱 처리, 코어 애니메이션(iOS의 화면 렌더링 API), GPU 처리, 최종 LCD 출력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 개발자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앱 처리 단계입니다. 하지만 iOS 8까지는 개발자가 앱 처리 단계를 아무리 최적화했더라도 코어 애니메이션이 프레임 타임과 동기식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실제 딜레이를 줄일 수 없었습니다(대신 앱 처리 단계가 너무 비대해 한 프레임타임 이상을 소모하게 된다면 지연 시간이 더 길어질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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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슬라이드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앱은 두 번째 프레임 타임이 반도 가기 전에 모든 작업을 마쳤지만, 코어 애니메이션은 프레임과 동기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세 번째 프레임 타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죠. 이 예시에서는 최초 터치 시점부터 그 결과가 최종 프레임에 반영되기까지 48~64ms가 소모되었습니다. 하지만 iOS 9에서는 코어 애니메이션이 재설계되어 프레임과 비동기식으로 작동합니다. 즉, 앱이 작업을 처리하는 즉시 코어 애니메이션이 작동하고 GPU로 일감을 넘겨줄 수 있게 되었죠. 그 결과 실제 딜레이가 줄어들게 되는데 바로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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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에서 볼 수 있듯이 코어 애니메이션 단계가 프레임 타임과 비동기식으로 작동하여 앱이 작업을 끝내자마자 동작합니다. 그 결과 낭비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한 프레임 분량만큼(16ms) 딜레이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지연시간은 32~48ms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일반적인 환경에서 터치를 1초에 120번 스캔합니다. 화면이 1초에 60번 갱신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화면 갱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터치를 스캔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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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주사율보다 터치 스캔율이 더 빠른 경우 Touch Coalescing(이하 터치 병합)이라는 기술이 적용됩니다. 각각의 터치가 모두 파이프라인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단일 터치에 병합되어 파이프라인에 투입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터치 지연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합니다. 기존에는 멀티터치 인식 시스템 역시 프레임에 동기화되어서 작동했습니다. 만약 프레임 타임 중간에 터치입력이 들어온다면 다음 프레임 타임이 되어서야 그 터치가 시스템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터치 스캔율이 두 배가 된 시점에서 터치 입력이 프레임 타임 중에 들어오더라도 다음 터치 스캔이 두 배 빨리 돌아오기 때문에 최대 반 프레임만큼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지연시간은 24~40ms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기술은 바로 터치 예측입니다. 지금까지 입력된 터치들을 기반으로 한 프레임 분량의 추가 터치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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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예측은 눈속임이긴 하지만 충분히 사용자들에게 지연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한 프레임 분량의 터치를 예측해서 앱에 그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실제 터치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앱은 그 터치에 대한 정보를 처리합니다. 터치 예측이 완벽히 작동한다면 사용자가 느끼는 지연시간은 8~24ms로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터치 예측은 항상 완벽하게 작동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사용자가 느낄 지연시간은 8~40ms 이내에 있게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갖가지 소프트웨어적 트릭들을 이용해 기존에 제시했던 이론적 최소 지연시간인 16ms의 벽을 깬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 슬라이드는 아이패드 에어2와 손가락 터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이 적용될 경우 몇 가지 조건이 달라집니다. 먼저 CPU, GPU 성능의 향상으로 같은 조건에서 앱 처리, 코어 애니메이션, GPU 처리 단계의 소모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앱 처리, 코어 애니메이션, GPU 처리 단계의 경우 성능 향상 폭을 고려해 그 소요시간을 결정했습니다. 앱 처리와 코어 애니메이션 단계는 CPU 성능에 영향을 받고 GPU 처리 단계는 당연히 GPU 성능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 터치 스캔율은 120Hz가 아닌 240Hz로 작동할 것이고요. 이 모든 조건을 감안해서 위 슬라이드를 다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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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터치 스캔율, CPU, GPU 성능에 의해서 가장 잘 최적화된 앱에서 터치 예측이 제대로 작동된 경우 딜레이를 0~16ms까지 줄여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위에서도 설명했듯 터치 예측 기능이 만능이 아니므로 실생활에서는 터치 예측으로 발생한 최소 지연시간으로부터 터치 예측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의 최대 지연시간 사이의 지연시간(0~32ms)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수치는 앱 처리 단계가 얼마나 잘 최적화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슬라이드의 내용은 앱의 최적화 수준이 매우 높다는 가정하게 이뤄진 예측입니다. 또 터치 병합이나 터치 예측 기능은 각각의 앱이 지원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드파티 앱의 지원 정도에 따라서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지연시간 역시 편차가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최적화된 앱을 사용한다면 애플펜슬과 아이패드 프로의 조합은 기존의 스타일러스 펜들보다 더 적은 딜레이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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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딜레이를 더 줄이는 건 가능한 것일까요? 사실 이미 최소 지연시간은 0ms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디스플레이 부분의 변화 없이 최적화, 성능 향상만으로 지연시간을 추가로 줄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주사율ic_footnote.gif?v=2이 120Hz가 된다면 어떨까요? 2세대 아이패드의 성능 향상치는 보수적으로 CPU 20%, GPU 30%로 잡았습니다. 이 경우 기존의 한 프레임에 해당하는 시간 내에 터치 인식, 앱 처리, 코어 애니메이션, GPU 처리의 모든 단계가 완료되고 바로 프레임이 갱신됩니다. 이 경우 사용자가 느끼는 지연시간은 0~24ms 사이의 수치일 것이며 디스플레이 주사율이 2배로 증가했기에 사용자가 보기에 기존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드로잉이 이뤄진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세대 아이패드 프로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반응속도 외에도 애플펜슬을 쓰는 사람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는 내가 화면에 그은 선을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히 인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애플펜슬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터치 인식률을 240Hz로 높였습니다. 높은 터치 인식률은 지연시간 향상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터치 인식 점을 OS에 전달하고 이는 매우 빠르게 곡선을 그릴 때 펜슬이 통과한 지점과 화면에 그려지는 선이 더 정확하게 일치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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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펜이 일정한 속도로 곡선을 그릴 때 스캔율이 실제 결과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스캔율이 높아질수록 최종 결과물이 실제 펜의 통과 궤적과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어플리케이션은 선이 출력되는 형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하여 곡선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그렇게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점을 가지고 보정하는 것이 사용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실제로도 아이패드 프로와 메모 앱을 이용해 빠르게 곡선을 그었을 때와 서피스 3와 원노트를 이용해 빠르게 곡선을 그었을 때 서피스 쪽의 곡선이 각이 지는 데 반해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의 조합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이 그려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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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타일러스가 일반 연필처럼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훌륭한 팜 리젝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팜 리젝션이 지원되지 않으면 무언가를 그리거나 쓸 때 의식적으로 손을 화면에서 떼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가 자기가 필기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느끼기는 어렵겠죠. 애플펜슬이 출시되기 전 가장 논란이 심했던 부분 중 하나도 바로 팜 리젝션 부분이었습니다. 공개된 영상 중 일부는 화면에서 손을 떼고 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애플펜슬의 팜 리젝션 기능은 꽤 잘 작동합니다. '꽤'라는 표현을 쓴 것은 가끔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펜슬은 어떤 식으로 팜 리젝션을 구현하는지, 왜 가끔 오작동을 보이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정전식 터치와 스타일러스 입력을 한 화면에서 받는 기기들의 경우 펜 촉이 화면과 가까워지면 정전식 터치패널에서 오는 정보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팜 리젝션이 이뤄집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펜이 호버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손가락 터치를 사용하기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히 복잡한 팜 리젝션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패드 프로는 터치 면적을 인식해서 일차적인 팜 리젝션을 시행합니다. 일정 면적 이상의 터치는 유효 터치로 처리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정전식 펜들도 새로운 팜 리젝션 체계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만 사용할 경우 오작동이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손을 화면에서 떼거나 붙일 때 순간적으로 터치 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이 부분이 유효 터치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애플펜슬의 경우 펜슬의 촉이 화면에 직접 닿아 있을 때 모든 터치를 차단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펜이 화면에 닿는 순간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효 터치가 있으면 그 터치로 그려진 선 전체를 무효화시키는 방식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애플펜슬의 팜 리젝션 기능을 완성했습니다. 글로만 읽어서는 상상이 잘 안 가시죠? 짤막한 GIF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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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애플펜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재설계된 터치 서브시스템과 액티브로 작동하는 펜슬은 정확하고 빠른 스캔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 빨라진 아이패드 프로의 프로세서와 애플펜슬에 맞게 재설계된 OS, 몇 가지 소프트웨어적 트릭이 합쳐지며 '연필 같은' 자연스러움을 가진 스타일러스가 탄생했습니다. 그 구동 원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실제 사용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가려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보는 것은 매끈한 애플펜슬의 외장과 자연스러운 스타일러스이지요. 애플이 항상 최선의 해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플펜슬은 애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왜 이렇게 큰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애플펜슬에 아쉬운 부분 역시 매우 많습니다. 매끈한 디자인을 추구하다 보니 제품 전체가 각진 부분 없이 둥글게 처리되었습니다. 물론 오뚝이처럼 무게중심이 잡혀있어 평평한 곳에서 펜이 굴러가지는 않지만,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굴러떨어질 수 있습니다. 역시 매끈한 디자인을 추구하다 보니 제품에 버튼이 하나도 없고, 이것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충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살펴본 애플 펜슬의 내부 구조, 작동 방식 등을 살펴보면 당연히 충전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먼저 배터리 지속시간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하루 내내 필기만 할 경우 하루를 겨우 넘기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애플 펜슬의 충전방식을 보면 아쉬움은 더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을 꽂아 충전하는 그림을 보고 우스꽝스럽다고 놀리곤 했지만 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충전 방식 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을 충전하는 것은 미처 충전하는 것을 잊는 등의 상황에서 별도 충전기 없이도 바로 충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니까요. 


다만 애플펜슬에 별도로 주어진 충전 젠더 자체에는 불만이 있습니다. 암-암 라이트닝 젠더인데 젠더를 싸고 있는 플라스틱 지지대의 모양이 달라서 애플펜슬을 꽂는 부분과 충전 라이트닝 케이블을 꽂는 부분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펜슬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애플펜슬의 뚜껑을 열고 작은 젠더를 통해 라이트닝 케이블과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애플펜슬의 부속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애플펜슬의 뒤쪽 뚜껑을 잃어버리는 건 기분 나쁜 정도로 끝날 문제가 되겠지만 암-암 라이트닝 젠더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유일한 충전 솔루션이 '부채 충전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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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애플이 애플펜슬에 라이트닝 케이블 하나만 더 끼워줬다면 어땠을까요? 똑같이 암-암 라이트닝 젠더를 쓴다고 해도 젠더를 케이블에서 뺄 일이 줄어드니 젠더를 잃어버릴 확률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애플이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애플이 그들의 완벽주의를 조금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방금 언급한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이런 것을 고려하더라도 애플펜슬은 매우 훌륭한 스타일러스입니다. 애플펜슬 자체가 크게 무겁지 않고 무게의 배분 역시 잘 되어 있어서 잡고 쓰기에 편한 것은 물론 짧은 지연시간, 자연스러운 선 표현, 필압, 기울기 감지 등 핵심적인 기능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적어도 애플펜슬만큼은 129,000원의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애플펜슬은 분명히 아이패드 프로에 새로운 사용자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한 장비이며 지금의 애플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기기입니다. 애플은 어느 때보다 부유하고, 자신의 제품들에 대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으로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가 모여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애플펜슬입니다.


지금까지 애플펜슬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가 줄 수 있는 독자적인 경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애플펜슬이지만 아이패드 프로에 추가된 스마트 커넥터 역시 기존 아이패드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부터 아이패드 프로의 스마트 커넥터와 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애플 스마트 키보드를 살펴봅시다.


Smart Connector & Smart Key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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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홈페이지)


최초 아이패드 출시 때 애플이 아이패드용 키보드를 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애플의 맥용 키보드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죠. 다만 그때는 아이패드를 세로 방향으로 연결했으며 30핀 커넥터를 통해 아이패드와 연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휴대성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습니다. 애플은 그 후로 자체적인 아이패드용 키보드를 발매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많은 서드파티 키보드들이 메웠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서드파티 키보드들은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패드와 연결되며 커버형으로 아이패드와 연결되었습니다. 꽤 훌륭한 솔루션이었지만 두껍고 무거웠으며 배터리를 충전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패드와 외부 장치를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스마트 커넥터입니다. 스마트 커넥터 주변에는 원뿔형 자석이 배치되어 정확하게 위치를 맞춰 붙이지 않아도 적합한 위치로 붙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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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커넥터의 등장으로 서드 파티 제조사에서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아이패드 주변기기를 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더 독특한 쓰임새가 나올 수 있겠지만, 현재는 주로 키보드를 연결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커넥터의 세 접점은 데이터 교환부인 동시에 전력 공급부입니다. 즉 스마트 커넥터를 통해 연결될 키보드는 블루투스로 연결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전원공급 역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블루투스 칩셋, 배터리의 생략은 키보드를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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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홈페이지)


본 리뷰에서는 이런 스마트 커넥터로 연결되는 아이패드 프로용 키보드 중 대표주자로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용 스마트 키보드는 얼핏 보면 기존의 스마트 커버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쪽이 약간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버로 덮여있을 때 키보드 면이 화면 쪽을 향하지도, 그렇다고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형태로 만들기 위한 애플의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복잡한 접는 방식을 사용하는 바람에 스마트 키보드를 처음 사용할 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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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쯤에서 스마트키보드가 도대체 어떻게 유선으로 아이패드 프로의 본체와 연결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접점은 아이패드 프로 본체와 연결되는 부분에 있는데 말이죠. 접점을 키보드 본체까지 이어주는 도선은 사실 키보드의 커버 부분 안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커버 부분은 폴리우레탄 - 전도성 패브릭 - 극세사 안감의 삼단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 있는 전도성 패브릭이 아이패드 프로의 스마트 커넥터와 키보드의 본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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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홈페이지)


사실 어떻게 키보드가 본체에 연결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키감입니다. 일반적으로 얇은 키보드는 그 키감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키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용 스마트 키보드는 두께가 가지는 한계를 생각하면 매우 키감이 좋은 편입니다. 물론 사용자마다 선호하는 키감에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마트 키보드의 키감이 뉴 맥북이나 서피스 타입 커버의 키감보다도 좋습니다. 애플 역시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의 키 작동 원리를 자랑스레 광고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는 뉴 맥북에 들어간 것과 같은 스테인리스 돔 스위치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키에 탄성을 부여하는 방법이 다른데 맥북이 나비식 메커니즘이라 부르는 변형 펜타그래프 방식ic_footnote.gif?v=2의 지지대로 탄성을 부여하는 반면,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는 키보드 자체를 싸고 있는 직물이 개별 키에 탄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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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애플 홈페이지) 


또 키보드 전체를 방수 처리된 직물로 덮어내었기 때문에 키와 키 사이에 틈이 없고 혹여나 액체를 키보드 부분에 쏟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키 부분으로는 액체가 침투하지 못합니다. 스마트 키보드 뒤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키가 눌릴 때 내부의 공기를 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멍으로 스마트 키보드의 특정 키를 눌렀을 때 다른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일을 막아줍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이런 구조적인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를 훌륭한 키보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아쉬운 것은 펑션 키의 부재입니다. 맥에 사용되는 애플 키보드 레이아웃 가장 윗줄에는 ESC 키 부터 시작하여 화면 밝기 조절, 앱 간 전환, 런치패드 바로 가기(iOS의 홈 화면과 유사) 음악 재생 조절, 볼륨 조절 등을 담당하는 펑션 키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에는 펑션키 한 줄이 통째로 생략되어 있습니다. ESC 키나 각종 음악 조절 기능, 홈으로 돌아가는 기능들이 포함된 펑션키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리했을 것입니다.


그다음은 트랙패드 등의 포인팅 디바이스의 부재입니다. 물론 이건 단지 스마트 키보드의 문제가 아니라 iOS가 커서 형식의 포인팅을 지원하지 않는 탓이 더 큽니다. 하지만 애플은 단순히 키보드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스마트 키보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회사의 작품치고 지나치게 졸작입니다. 과거 필 쉴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맥북의 모니터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하는 것은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좋지 않다. 불편하기만 할 뿐 별 쓸모가 없다.' 분명히 그때 애플 내부에는 화면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맥북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화면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맥북의 프로토타입을 사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히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자를 지금보다 더 잘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기에 아쉬움이 더 큽니다.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 키보드의 단점들은 가장 굵직한 것을 추려낸 것이고 사소한 단점을 말하자면 더 많습니다. 단순히 한글 키보드 각인이 되어있지 않은 것을 넘어서 국가별로 조금씩 달라야 할 키보드 레이아웃이 완전히 같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다국어 전환 키의 위치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평소에 맥을 사용하는 저는 차라리 컨트롤+스페이스를 통한 한영전환이 편한데 iOS에서 컨트롤 스페이스를 통해서 한영전환을 할 경우 반 박자 굼뜨게 전환이 이뤄집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단점들이 있지만 비교적 사소한 내용들이기에 본 지면에서는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사실 이 키보드가 서드파티 제조사에서 나온 제품이었다면 제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단지 애플이 이렇게 공식 악세서리를 냈다는 것이 괘씸할 뿐이지요. 다만 이런 이야기도 가격을 보기 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 제품의 공식 가격은 229,000원 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을 보는 순간 모든 장점이 퇴색되고 모든 단점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가격 책정이 왜 이 정도로 높은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기술들이 적용된 키보드이고, 비싼 소재들이 사용되었고, 제조 공정이 매우 복잡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신기술들만 적용하고 정작 훌륭하지 않은 제품을 파는 것은 지금까지 애플이 조롱해오던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가 이런 제품들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나마 비판의 수위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은 애플이 스마트 커넥터를 서드파티 제조사에 개방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물론 OS 자체를 건드려야 하는 제품들은 내놓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애플의 스마트키보드 정도의 기능성, 혹은 펑션 키의 추가로 더 나은 기능성에 더해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서드파티 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로지텍에서 출시된 키보드만 봐도 펑션키를 가지고 있고, 백릿도 갖고 있지만 애플 스마트 키보드에 비해 낮은 가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키보드를 완전히 재설계해서 가격에 걸맞는 제품을 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Inside Your iPad Pro 주변기기편 결론


지금까지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된 애플의 주변기기를 살펴봤습니다. 애플펜슬과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는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레퍼런스라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기존보다 더 나아간 생산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애플펜슬입니다. 애플펜슬은 매끈한 외장 안에 수많은 장치가 집적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서브시스템 역시 애플펜슬에 맞게 재설계되었습니다. 매우 복잡한 하드웨어들이 투입되어 있고, 240Hz의 터치 스캔율, 터치 예측 등 갖가지 소프트웨어적 장치가 작동합니다. 그 결과 사용자가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스타일러스입니다. 외부 디자인부터 작동하는 방식까지 애플의 이름값에 걸맞은 제품입니다. 가격은 절대 기준으로 볼 때 절대 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애플펜슬에 129,000원을 내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스마트 키보드는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전도성 패브릭을 통해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하고 키보드 상판 전체를 단일 직물로 둘러싸서 액체 등이 침투하지 못하고 그 자체가 키에 탄성을 부여하는 등의 아이디어나 외장 디자인은 정말 애플다운 발상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키보드에는 펑션키 하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공식적으로 '스마트' 키보드를 팔면서 단순히 단축키 몇 개 던져놓고 그 이상 OS 차원에서 어떤 배려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국가별 레이아웃은 커녕 언어별 각인조차 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참고 쓸 만한 것들입니다. 가격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이 제품이 129,000원이라도 자신 있게 '돈값 한다'고 못 말하겠습니다. 하물며 이 제품의 가격은 229,000원입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스마트 커넥터를 통해 연결되는 다른 서드파티 키보드들을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공식적으로 두 개의 액세서리를 같이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둘 모두를 꽤 오랫동안 써본 소감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한 제품은 애플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고 다른 제품은 현재 애플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애플이 애플펜슬 같은 제품을 만드는지,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키보드 같은 제품을 만드는지에 따라 아이패드 제품군의 미래, 좀 더 멀리 가서는 애플의 미래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Inside Your iPad Pro 애플펜슬, 스마트키보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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