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Inside Your iPhone SE : 작은 크기 OK, 거대한 도약? | 추천 | 0 | IP 주소 | 59.17.xxx.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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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닥터몰라 | 날짜 | 2016.04.17 19:37 | 조회 수 | 11786 |
글쓴이 : 이대근, 이진협 영상 : 이대근, 이진협, UNDERkg 원문 : http://iyd.kr/957 애플이 미디어 행사를 개최해 신제품을 발표한지 오늘로 꼭 4주가 되었습니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기준) 공개된 아이폰 SE와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이하 아이패드 프로 9.7)가 행사를 지켜본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입한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애플의 최소 혁신'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평가가 널리 공유되었을 정도로 이날의 발표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일견 너무나 예측가능했던, 더 이상 낯섬이나 설렘 없는 두 제품에 대한 익숙한 평가로 점철되었습니다. 하긴 4인치 아이폰이란 게 그렇게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잖습니까. 아이패드 프로 9.7 역시 '아이패드 에어 3'이라 이름붙여지지 않은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이미 존재하던 것'으로부터의 차별점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애플 공식 홈페이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는 위와 같은 아이폰 SE 브로셔가 메인 화면을 수놓고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 것이야 잘 알겠지만 위대한 도약이라는 문구에는 일단 물음표를 붙이고 봐야겠습니다. 상술되었다시피 <인기 있던 클래식한 디자인>과 <아이폰 6s에 사용된 것과 같은 동급의 첨단 칩>의 조합 - 다시 말해 '현존하던 것'과 '더 오래된 것'의 조합, 이런 것을 수식하기 위한 많은 형용사를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중 '도약'이란 어휘가 끼어들 자리가 있는지 개인적인 의문이 듭니다. 짧게 말해, 아이폰 SE가 대체 어떤 면에서 도약을 이뤘느냐는 질문을 던져보고픈 겁니다. 이 글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외형을 살펴봅시다. 제조사부터가 대놓고 <인기 있던 클래식한 디자인>을 차용했음을 천명한 이상, 비교가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어쨌든 느낀 그대로를 생생히 전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이폰 SE와 아이폰 5s를 색상별로 간단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스페이스 그레이입니다.
우선 측면 엣지 부분을 살펴봅시다. 다이아몬드 컷팅 처리가 된 엣지에서 아이폰 5s(오른쪽)는 금속광이 그대로 발색되는 반면 아이폰 SE(왼쪽)는 측면 자체와 동일한 색상으로 무광 코팅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후면 색상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시는지요. 역시 왼쪽이 아이폰 SE, 오른쪽이 아이폰 5s입니다. 혹 광원과의 각도와 위치가 차이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어, 자리를 바꿔 다시 찍어 보았습니다.
네. 아니었군요. 자리를 맞바꿨지만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경우 아이폰 SE의 발색이 훨씬 은은하고 옅은 편입니다.
전면 외관은 거의 차이가 없고, 다만 다이아몬트 컷팅 엣지의 유광/무광 여부만이 눈에 띕니다. 역시 무광 처리된 왼쪽이 아이폰 SE, 금속광이 그대로 노출된 오른쪽이 아이폰 5s입니다.
이번에는 샴페인 골드 색상을 살펴봅시다. 아이폰 SE(위)쪽이 상대적으로 더 밝고 노란빛에 가까운 금색을 띄고 있습니다. 아이폰 5s(아래)는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채도의 은은한 발색이 적용된 것이 특징입니다. 원색에 가까운 색상이 '촌스럽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아이폰 5s쪽을 더 점잖게 보실 눈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반면 아이폰 SE의 샴페인 골드는 한층 발랄하고 화사한 느낌을 줍니다. 스페이스 그레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SE의 다이아몬드 컷팅 엣지는 무광 처리되었고 아이폰 5s는 반짝거림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각도를 요리조리 바꿔 봐도 똑같습니다. 차례대로 첫번째 사진의 위/두번째 사진의 아래가 아이폰 SE, 나머지가 아이폰 5s입니다.
단체샷.
단체샷 2.
단체샷 3.
단체샷 4. 대충 이런 느낌.
기타 스피커, 이어폰 잭, 라이트닝 잭 등은 완전히 동일합니다. 하단뿐 아니라 상단, 전면, 후면에서도 구조적인 차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팟 터치와 두 컷. 아이폰 5/5s의 <클래식한 디자인> 역시 예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이팟 터치 디자인의 아이폰이 나와 줬음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 쪽이 아이패드 / 아이폰 6/6s 시리즈와의 패밀리 룩을 구축하기에도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물론 저 개인의 생각 ^^;;) 이상으로 외형 감상을 마치고, 바로 성능 이야기를 해 봅시다. 사실 아이폰 SE의 발표를 접하며 굉장히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A9 칩을 사용했다는데 과연 아이폰 6s/6s Plus에 쓰인 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일까, 혹시나 클럭다운이 되어 있진 않을까, 혹시나 체적이 작아 쓰로틀링이 극심하진 않을까 등등. 여기에 태생적으로 작은 배터리용량에 기인한 지속 사용시간 역시 크게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입니다. 아이폰 6s/6s Plus 출시 당시 이슈가 되었던 'AP 섞어심기', 즉 삼성과 TSMC 출신 AP들의 편차에 관해서도, 아이폰 SE가 이러한 논란덩어리까지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죠. (^^;;) 뭐, 애태울 필요 없죠. 다 테스트해보면 되니. 위 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두 색상 -실버, 로즈 골드- 을 추가로 공수해 총 4종의 아이폰 SE를 이용해 개체별 편차 역시 엄격히 검증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먼저 CPU 성능입니다.
아이폰 6s/6s Plus에 탑재되며 첫 선을 보인 애플의 A9 AP는 출시와 동시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내로라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하나같이 8코어 이상으로 고도화된 코어 구성을 갖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제쯤은 트리플코어라도 되었겠지' 짐작하던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여전히 듀얼코어를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함께 발표되었던 아이패드 프로 12.9의 A9X의 경우, 전작 아이패드 에어 2의 A8X가 트리플코어였던 전례도 있었던 탓에 '최소 트리플, 아마도 쿼드'라는 전망이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A9X마저 듀얼코어라는 사실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애플이 성능 경쟁 레이스에서 완전히 하차를 선언한 것이었을까요.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였습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의 초점은 A9/A9X 자체보다, 이들을 구성하는 Twister 아키텍처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어떤 아키텍처이길래 안드로이드 진영의 코어당 성능을 두 배 가까이 앞지른 것일까요. 이에 관해 IYD의 이전 글에서 아래와 같이 분석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폰 SE이지, 아이폰 SE에 탑재된 AP가 아닌 탓에 A9에 대한 설명을 더 이어가진 않겠지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아이폰 6s/6s Plus에 탑재되어 첫 등장했을 때부터 A9은 동세대 최고의 AP라는 타이틀을 얻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고성능의 AP를 아무런 (성능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튜닝 없이 '훨씬 작은' 체적과 표면적을 갖는 아이폰 SE에 우겨넣었단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주기 충분합니다. 그 결과 아이폰 SE의 CPU 성능은 현 애플 스마트폰 최상위 라인업인 아이폰 6s나 6s Plus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399달러의 보급형에겐 과분한 성능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모든 사용자에게 폭넓은 시스템 구성의 자유도를 허락하는듯 하면서도 은근히, PC 시장에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라는 것은 셋 아니면 넷 정도의 선택지로 좁혀들어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실제 스팀 통계에 따르면 절대다수의 사용자가 FHD 이하의 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그 외 나머지도 QHD 혹은 UHD 정도의 '범 HD' 규격에 끼워맞춰지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다시 말해 다음의 세 해상도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이들은 전체적으로 매우 드문 편입니다. - FHD : 1920 x 1080 - QHD : 2560 x 1440 - UHD : 3840 x 2160 그러나 사용자들에게 거의 하드웨어 구성의 자유도를 허락치 않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히려 해상도는 각급 기기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어서, 실제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다양한 해상도에의 대응'은 큰 짐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점은 iOS 진영도 예외가 아니지요. 위 그림에 나타났듯, 아이폰 SE의 추가로 '현역 라인업'이 된 것들만 꼽아 보더라도 3가지 해상도가 병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폰 SE는 1136 x 640, 16:9 종횡비를 갖는 4인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5/5c/5s와 같죠. 아이폰 6/6 Plus의 출시와 함께 애플은 '드디어' 4인치 이상으로 디스플레이 크기를 확대, 4.7인치의 6/6s와 5.5인치의 6 Plus/6s Plus로 라인업을 둘씩 세분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1334 x 750, 1920 x 1080 해상도를 가집니다. 아이폰 SE와 아이폰 6s, 아이폰 6s Plus를 각각 놓고 볼 때 이들에게 유일하게 다른 하드웨어 스펙은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AP가 같으므로 GPU 성능 역시 이론적으로는 같은데, 그렇다면 디스플레이가 AP(GPU)에 부과하는 작업의 양이 전체 작업시간을 좌우하게 됩니다. 아이폰 SE의 픽셀 수는 약 72만개, 아이폰 6s는 100만개, 아이폰 6s Plus는 200만개로 동일한 속도의 GPU가 이 픽셀들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차례로 1:1.5:3 정도의 비율이 됩니다. 다시 말해, '온 스크린' 그래픽 성능은 아이폰 SE가 다른 둘마저 뛰어넘어 가장 높은 성능이 되어 버린다는 당황스러운 결론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확인하시죠.
이 점을 애플이 의도했는지, 혹은 의도치 않은 이득인지 AP 성능을 두 파트로 나눠(CPU vs GPU) 살펴보았으니 배터리 성능을 안 볼 수 없겠죠. 사실 제가 아이폰 SE를 접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고도 앞서 언급을 드렸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 SE의 배터리 용량은 1624mAh에 불과합니다. 아이폰 5s보다는 소폭 증가한 것이지만 AP 성능은 그 비율을 훨씬 뛰어넘어 개선되었고, 아이폰 6s의 1715mAh나 아이폰 6s Plus의 2750mAh보다는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날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고속성장하는 추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단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염려를 거둘 수 없는 것은 성능(과 소비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보다 느린 속도로 배터리의 축전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기기가 진정 '모바일' 해지기 위해서는 오랜 지속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데, 그런 면에서 아이폰 SE가 소위 '밸붕'에 직면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죠.
그러나 이 모든 염려는 기우로 밝혀졌습니다. 아이폰 SE는 AP의 CPU 성능만을 풀 로드로 뽑아내는 시나리오 (긱벤치 루프) 를 제외한 모든 시나리오 하에서 아이혼 6s보다 더욱 긴 지속시간을 보였으며, 심지어 시나리오별 가중치 반영 종합 배터리 성능은 아이폰 6s Plus보다도 높았습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1. 아이폰 SE의 스크린 사이즈가 다른 둘보다 작다 2. 아이폰 SE의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다른 둘보다 작다 3D 게이밍 시나리오에서 아이폰 SE의 배터리 지속시간이 길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높은 온스크린 성능'을 보였단 대목을 인용해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게임은 일정 프레임레이트 (30 또는 60) 를 상한으로 수직동기화를 걸어 두고 있습니다. 즉 해당 게임에서 상한선까지의 프레임레이트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상한선을 넘어서는 경우 '잉여 성능'은 고스란히 소비전력 절감으로 환원되는 것이죠. (예컨대 GPU가 너끈히 200프레임을 뽑아낼 수 있는 성능임에도 60프레임 제한이 걸려 있다면, GPU 로드율은 30%에 머물게 됩니다.) 즉 해상도가 다른 둘보다 작은 데서 오는 이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 3D 게이밍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나리오에 적용되는 것으로 스크린 사이즈가 작다(정확히는 백라이트가 작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AP 이외에 가장 소비전력이 많은 부속이 디스플레이이며 그 중에서도 백라이트가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아이폰 SE는 A9 AP를 탑재한 데서 오는 비교열위보다 '스크린이 작음으로써' 얻는 우위가 그것을 상쇄할 만큼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아이폰 6s/6s Plus 이상 가는 배터리 지속시간을 선사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폰 SE의 작은 체적과 표면적이 과연 어느 정도로 A9의 고성능(과 고열)을 지탱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쓰로틀링 테스트입니다.
우선 위의 매직그래프를 보고 넘어갑시다. 파란색 선으로 표시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넷은 아이폰 6s/6s Plus로, 각각 삼성과 TSMC로부터 생산된 A9칩을 탑재한 대조군들입니다. 이 그래프를 최초로 그려냈던 작년 12월, 저희는 보여지는 대로 '삼성의 A9이 쓰로틀링이 심하게 걸린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시다시피 테스트 결과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거든요. 해외 여러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들을 보여 준 것도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사고를 더욱 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단 위의 그래프만으로 볼 때, 삼성제 A9을 탑재한 아이폰 SE의 쓰로틀링 특성은 이상하리만치 양호합니다. 상식적으로 체적이 작아진 만큼 열 발산은 더 불리해지고, 그만큼 쓰로틀링이 더 격심해지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앞서 '쓰로틀링 특성이 나쁘다'는 결론을 얻었던 삼성의 A9이 아닙니까. 저희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SE를 세 대 더 구했습니다. 이번에는 희한하게 TSMC A9으로만 세 대가 내리 뽑혔더군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던 결과는 아주 뜻밖이었습니다. 'TSMC A9'이라는 단일한 이름으로 그룹화하기 어려울 만큼 개체간의 편차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TSMC A9 중 가장 쓰로틀링 특성이 양호했던 한 개체만이 삼성 A9과 엇비슷한 특성을 보일 따름이었고, 다른 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쓰로틀링을 보였습니다. (※ 위 그래프는 매직그래프가 아닙니다. 아이폰 SE의 '잘못된 뽑기'의 경우, 앞에서 살펴본 아이폰 6s/6s Plus의 가장 나쁜 쓰로틀링 결과보다도 하락폭이 두배 가량 클 정도였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모든 표현은 상대적인 것이고, 쓰로틀링 테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로드를 부과하는' 모든 사용형태는 애플이 내부적으로 QC 기준으로 설정한 시나리오와 맞지 않습니다. 즉 이 글은 애플이 QC를 잘못했다거나 시그마(σ) 범위를 넘어서는 뽑기의 확률이 존재한다는 떡밥을 던지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널리 받아들여졌던 '잘못되었을 수 있는 편견'을 한번 교정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우리는 비로소 A9 AP간의 편차가 제조사 때문이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해외 벤치마크 자료 중에도, 삼성의 쓰로틀링 특성이 TSMC보다 나쁘단 결론과 그 반대의 결론이 혼재해 있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실은 그 모든 '제조사간의 편차'로 여겨졌던 것들이, 각 제조사 내부에서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개체간의 편차'가 아니었을까 하는 가정을 세워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정확히 검증하려면 샘플을 적어도 100대, 1000대 정도는 확보한 후 일일이 테스트를 해 봐야겠습니다만 그럴 여건이 아니니, 일단은 '이럴 수도 있다'는 가설로만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반도체는 생산과정에서 결정된 품질(ASIC quality)에 따라 양품으로 분류되거나, 양품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구제가 가능하다거나 최악의 경우 폐기처분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이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작동 속도-소비전력 곡선을 그려 보는 것입니다. 위 그림처럼, 모든 칩은 간단히 말해 같은 작동속도를 달성하기 위해 소요되는 소비전력이 서로 다르며 동일한 소비전력으로 제한했을 경우 달성 가능한 최대 작동속도 역시 차이를 보입니다. 관건은 양 극단에서 발현되는 개체간 편차를 어느 수준(≤σ)까지 줄여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작동속도와 소비전력의 편차는 자석의 양극 같은 것이어서,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균일화하면 다른 한쪽에서 큰 편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양쪽 모두 적당한 수준의 허용오차를 부과한다면 훨씬 많은 수량의 칩을 '양품'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지요. 비단 각 제조사 내에서의 허용오차(편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역산해보지 않더라도, 아이폰 SE에 사용된 TSMC A9 개체간의 편차가 아이폰 6s/6s Plus에 사용된 삼성-TSMC A9간의 편차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는 점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추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바로 아이폰 6s/6s Plus를 생산하던 동안에는 '양품'으로 분류되진 않았던, 그러나 폐품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어느 중간쯤에 남아 있던 A9들을 아이폰 SE에 투입했으리라는 추측입니다. 사실 이 가설이 맞다면 제기되었던 의문들의 상당수가 아귀가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애플이, 왜 이 시점에 4인치대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왜 오버스펙으로까지 보이는 A9을 탑재했는지 등이 말입니다. 사실 A9이 오버스펙으로 보인다고 해서, 예컨대 A8이나 A7이 적합한 성능수준으로 보인다고 하여 이들을 재투입하는 게 진정 애플에게 이익인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남아돌고 있다면 모를까 굳이 동세대에 적용되는 AP를 다원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보다 아이폰 6s/6s Plus를 제조하며 상당한 수준의 '준 양품 A9'이 쌓이게 되었고, 이들을 아이폰 5s의 잉여 부속과 크로스오버해 아이폰 SE란 새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는 가정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한 기업으로서의 애플, 특히나 영업이익 극대화에 큰 소질을 보여 온 현 CEO 체제의 애플에게 있어 이러한 전략을 취할 유인은 차고 넘칩니다. 결국 아이폰 SE의 <도약>을 논하려면 다음의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탄생했으며, 누구를 겨냥했느냐는 것. 탄생의 이유는 바로 전 문단에서 짚어 보았죠. 에둘러 장광설을 늘어 놓았지만 핵심은 '잉여 부속 처분', 그리고 그로써 기대되는 수익증대에 있으리라는 가정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겨냥했느냐는 점이 마지막 의문으로 남습니다. 최신세대급의 성능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디스플레이는 4인치가 충분한 계층? 혹은 4인치 디스플레이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이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아이폰 SE를 사야만 할 미래의 누군가? 어느 쪽이든 상상이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범 안드로이드 진영에 이어 애플마저 '상대적 대화면'으로 이행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4인치대의 시장이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놓여 있으니 무주공산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아이폰 SE를 투입했을 수도 있죠. 혹은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아이폰을 사고 싶지만 그동안 비싸서 못 샀던' 제3세계나 저연령층 소비자들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 두 조건이 결합해 낳을 수 있는 <도약>은 결국 팀 쿡이 받아들 성적표의 점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적어됴 사용자 경험의 차원에서 '고성능'과 '4인치 디스플레이'를 양립시켜 얻을 수 있는 <도약>이 무엇인지 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날이 확대일로에 선 스마트폰 시장에, 가뭄에 단비 같은 한 손 조작 스마트폰의 재등장은 충분히 기릴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모바일 기기의 '모바일'함은 중요한 것이니까요. 399달러의 아이폰을 갖고 싶던 분들, 이미 아이폰 6s/6s Plus를 갖고 있지만 동급 성능이라는 아이폰 SE의 존재가 괜히 신경쓰이는 분들, 4인치 장벽을 절대 넘고 싶지 않은 아이폰 5/5c/5s 사용자분들. 이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IYD를 팔로우하시면 저희가 놀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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