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OS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심지어 삼성은 웨이브 시리즈를 타이젠으로 업그레이드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바다OS를 떠올리는 건 일종의 향수 같은 걸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삼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플래그십에까지 탑재하면서 제대로 밀어 주었던 자체 OS였고, 당시 진저브레드~ICS 시절의 안드로이드와 비교하면 정말 깔끔하고 빠릿한 UI를 자랑했고, 최초로 모바일 OS 자체적으로 테마를 지원한 사례 중 하나였고, 심비안 시절의 J2ME를 마지막으로 지원한 OS 중 하나였으며, 한때는 윈도우 폰의 점유율을 뛰어넘어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였습니다 (그래봤자 3퍼센트대였지만요). 결국 바다는 삼성의 의지박약과 빈약한 개발환경 (바다용 앱을 개발하는 건 "악몽 같았다" 고 합니다) , OS 자체의 부족한 안정성 (재부팅 이슈 등은 바다의 역사에서 거의 마지막에야 해결되고, 램 누수는 영원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등이 겹쳐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존 기기들이 타이젠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것은 아마 기술적 문제였겠지만, 결과적으로 타이젠은 3퍼센트 점유율로 시작할 수도 있던 기회를 날려 버렸고 현재까지 스마트워치나 냉장고 등에 들어가면서 명맥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역사를 뒤로 하고 돌아봐도, 바다 OS에 내장된 소셜 허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소식과 RSS 피드를 한 화면에 모두 모아 보여주는 앱이었습니다)나 라이브 잠금화면(플래시 기반이라 보안은 기대하기 힘들었지만요) 등은 당시에 혁신이었고 지금도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소셜 허브는 제가 안드로이드나 윈도우에서 유사한 대용품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더욱 아쉽네요. 2011년작 웨이브 3은 아직도 제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기기 중 하나입니다. 링크된 영상에서 웨이브 3의 (당시로선) 혁신적인 메탈 유니바디 디자인과 바다 2.0을 보면서 잠시 바다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게 갤럭시 S2와 동시대의 물건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면 감흥이 새로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