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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인용 PC시장에서는 그동안 ‘선택 옵션’이었던 SSD(Solid State Drive)가 HDD(하드디스크)를 제치고 PC의 주요 저장장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일찌감치 가장 수요가 많은 128GB 용량대 제품들이 심리적 장벽인 1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20만원을 넘던 256GB 용량대 제품들도 어느덧 1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SSD의 채택률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물론 HDD 자체가 PC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반대로 HDD가 추가 저장공간 확보를 위한 ‘선택 옵션’이 됐다. 특히 한정된 내부공간이나 슬림한 디자인으로 인해 SSD와 HDD 중 하나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노트북에서는 일찌감치 가격 조정용 ‘옵션’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하지만 내장형이 아닌 외장형 저장장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HDD가 강세다. 외장하드는 주로 대용량 데이터의 오프라인 이동이나 백업 목적으로 많이 쓰인다. 처음부터 속도보단 용량이 우선되는 분야다. TB(테라바이트급) 용량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HDD가 더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런 외장하드의 입지도 흔들릴 전망이다. HDD만의 장점으로 여겨진 ‘용량’까지 극복한 대용량 ‘외장SSD’가 속속 등장한데다, SSD 업계의 '핵심 제조사'인 삼성이 외장SSD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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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CES 2015에서 첫 선을 보이고 국내서도 예약판매를 시작한 '포터블 SSD T1' (사진=삼성전자)
 

‘외장SSD’는 이미 시장에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다. SSD 자체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진 것도 이유지만, 내부 인터페이스인 SATA3에 버금가는 최대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USB 3.0이 보편화 되면서 SSD의 장점인 ‘빠른 전송속도’를 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능을 추구하는 마니아나 전문가를 제외하면 외장SSD를 실제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외장SSD 128GB 제품을 살 비용이면 일반 외장하드는 2TB급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에 용량이 무려 16배나 나니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해도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성능도 SSD의 최대 성능을 내지 못하는 제품들이 많았다. 대부분 내장형 SSD를 USB 컨트롤러가 포함된 케이스에 넣어서 만든 제품들이라 중간에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이런 상황이 변할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SSD의 핵심인 ‘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를 직접 만드는 삼성이 외장SSD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를 모두 제조하는 회사가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핵심 부품의 개발과 제조에서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과정이 거의 원스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조사가 외부 인터페이스인 USB에 최적화된 전용 컨트롤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서드파티 제조사 제품들의 ‘내장용 컨트롤러+USB컨트롤러’ 구조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외장하드 시장도 HDD 제조사들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바 있다. (사진=다나와)
 

이미 외장하드 시장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초기 외장HDD 시장은 서드파티 제조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HDD를 직접 만드는 WD와 씨게이트, 삼성 등이 직접 뛰어들자 결국 외장하드 시장은 제조원가와 성능, 안정성에서 유리한 HDD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된 바 있다.

물론 삼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여전히 고가인 외장SSD의 가격이 당장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시장 참여는 SSD의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인텔이나 도시바 등도 언제든 외장SSD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해당 제조사들은 이미 자사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용 내장형 SSD를 공급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삼성처럼 자사 컨트롤러와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외장SSD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결국은 머지않아 외장SSD 시장 역시 외장하드와 마찬가지로 핵심 제조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또 핵심 제조사들이 얼마나 빨리 시장에 뛰어드느냐에 따라 내장 SSD가 그랬던 것처럼 외장SSD의 가격 역시 빠르게 떨어질 것이고, 그만큼 기존 외장하드 시장도 위협받을 것이다. 2015년 삼성의 외장SSD 시장 참여는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