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처음 등장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이 법칙을 발표하고, 3년 후 인텔을 설립했다. 반도체 기술의 집약체인 CPU는 실제로 이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1971년 출시된 인텔 최초의 CPU 4004와 현재의 5세대 코어 i5 프로세서를 비교하면 성능은 3500배, 전력 효율은 9만배 높아지면서도 성능 대비 단가는 60만분의 1로 낮아졌다.
CPU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들도 마찬가지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거대했던 컴퓨터는 지금의 PC 형태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로서의 PC가 처음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5대 요소로 꼽히는 입력장치, 연산장치, 제어장치, 기억장치, 출력장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현재도 필수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치들을 연결하는 주요 수단인 ‘선’도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각종 무선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많은 기능들이 무선으로 대체되고 있으나, 아직도 선에 의존하는 기능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과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스피커 등은 비교적 활발하게 무선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돼 있지만, 안정성을 이유로 여전히 케이블이 많이 사용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전원 케이블이다. 데스크톱 PC는 물론이고, 노트북도 배터리 사용 시간이 아무리 길어졌다 한들 결국은 충전을 위해 전원 케이블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무선 환경이 확대되고,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일인당 보유하고 있는 기기가 많아지면서 책상 위 케이블은 더욱 어지러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일찍이 ‘선 없는 컴퓨팅 환경’ 구현에 관심을 갖고 움직여 온 인텔은 최근 개최된 ‘컴퓨텍스 2015’에서도 무선이 가져올 사용자경험(UX)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텔이 말하는 선 없는 PC에는 무선 디스플레이 전송 기술 ‘와이다이(WiDi)’와 무선 도킹 기술 ‘와이기그(WiGig)’가 뒷받침된다. 이를 통해 PC와 모니터는 물론, 외장 스토리지 등 각종 주변기기를 보다 손쉽게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무선충전 기술도 인텔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앞서 무선충전연합(A4WP)에서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 충전 기술 ‘리젠스(Rezence)’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인텔은 최근 또 다른 무선충전 연맹 PMA와 손잡고 치(Qi) 무선 충전 표준 다지기에 나섰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를 중심으로 무선충전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PC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4월 중국 심천에서 개최한 개발자 포럼에서 무선 충전 가능한 노트북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제품은 별도의 전원 케이블 없이 노트북을 무선 충전 테이블에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기 때문에 배터리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와이다이도 지원해 HDMI와 같은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 또한 무선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아직 프로토타입으로, 당장 상용화될 단계는 아니다. 그 전에 무선 충전 테이블이 충분히 설치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인텔은 올해 말부터 하이얼과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말부터 중국 내 레스토랑, 호텔, 카페를 비롯해 공항과 비행기 등의 공공장소에 무선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는 대대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또한 올해 말 본격적으로 무선 충전 솔루션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폭스콘 등 A4WP 회원사들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여러 PC 및 주변기기 제조사들도 선 없는 PC 시대를 여는데 동참하고 있다. 레노버, 델, 도시바, 후지쯔, 파나소닉, 로지텍 등 무선충전연합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타거스도 인텔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장기침체에 접어든 PC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를 찾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이 이어짐에 따라 더하기보다 빼기에 집중하는 새로운 개념의 PC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미디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