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네 김나신입니다.

뉴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삼성이 카메라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고 당분간 후속모델을 내놓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죠. 대신 무선사업부 산하로 들어가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쪽으로 인력을 돌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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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삼성 방수디카 wp10 쓸 때 풀장에 넣자마자 맛 간 것 이후로 참 신선한 충격이네요.(그것때문에 as센터하고 일주일 가량 싸웠지만서도) 최근 이재용 부회장께서 실권을 잡으면서 돈 안 되는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끝내 카메라 사업부에게도 칼날이 간 듯합니다.

물론 카메라 사업을 접겠다는 소리도 안 했고 현재 나오는 모델의 단종도 선언하진 않았습니다. 아마 as도 계속 해 줄거고 렌즈도 계속 생산해 주겠죠.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 카메라 사업부를 부활시켜주지 않을까요?...

란 소리를 하고 싶지만, MP3사업부가 비슷한 과정 끝에 무선사업부로 들어가 사라졌습니다. (참고로 옛 MP3사업부 자리와 카메라 사업부 자리가 같다더군요. 운명이었나)

뭐, 기업이 이윤추구하는 만큼 돈 안 되는 사업 접는 게 죄도 아니고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도 있으나 카메라 사업부에 유달리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1. 아직 10년도 안 됐는데

: 이건희 회장께서 2015년까지 카메라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카메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첫 작품은 갤럭시 카메라라는 괴작이었지만) 첫 반응은 당연히 일본 카메라를 따라잡을 수 있겠냐, 이건희 회장 취미사업 아니냐 등 말이 많았고 실제 초기작들은 굉장히 엉성했습니다. 도저히 소니나 캐논, 니콘같은 일본기업들이랑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죠.
그렇지만, NX300을 시작으로 NX미니, NX3000을 거치면서 점차 평가가 좋아졌고 특히, NX300은 소니 것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작으로 칭송받았습니다. 그리고 NX1이 나오면서 흔히 말하는 '괴물'급 성능의 프리미엄 미러리스를 탄생시켰고 NX500 역시 각종 논란이 있었지만, 사진 품질 만큼은 분명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이 모든 게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일군 겁니다. 캐논이나 니콘이 거의 70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쌓아온 기술을 삼성이 10년도 안 되는 시간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건 과장된 표현을 쓰면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펜탁스의 도움이 있었지만)
하지만 끝내 2015년, 현 시점까지 국내에서 마저도 소니에 밀려 만년 2위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거기에 카메라 사업부를 시작하고 지지한 이건희 회장 대신 이재용 부회장께서 기업을 주도하면서 끝내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겨우 10년입니다. 10년만에 캐논, 소니와 마찬가지로 센서부터 바디까지 자체적으로 만들 기술을 갖췄습니다. 만약 앞으로 10년을 더 이곳에 투자했더라면 정말 이건희 회장의 꿈대로 '업계 1위'를 달성하는 것도 공상은 아니었을텐데. 특히, 항상 2위를 누르고 끝내 1위를 점령하는 삼성의 의지가 있었다면 더더욱 희망이 있었을텐데. 이제 발 조금 담궜는데 물 뜨겁다고 나오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2. 지금까지 해온 게 안 아깝나

: 모르시겠지만, 삼성은 여러 번 카메라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처음으로 180도 회전이 되는 미러팝 액정을 적용해 셀카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최대 강점인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하고 원격으로 제어, WIFI 기능 역시 삼성이 최초로 시도했습니다. 또한, NX미니처럼 초경량 미러리스 역시 삼성이 먼저 선도했습니다.
위의 것들은 이제 소니, 캐논, 니콘, 파나소닉같은 대부분 카메라 회사가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기능은 몰라도 대중이 원하는 걸 가장 먼저 잡아내는 회사는 삼성이었습니다. 미러리스 시장을 주도할만한 능력도 있었는데...



3. 안 팔렸다고 접기엔 너무 안일했던 마케팅

: 삼성이 왜 안 팔렸을까요? 기술이 딸려서? 브랜드 이미지가 딸려서? 마케팅에 대해서는 정녕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은 겁니까?
적어도 소니와 캐논, 니콘은 한국임에도 TV광고도 찍고 광고모델도 쓰고 이것 저것 이벤트도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이병헌 카메라, 손예진 카메라란 별명이 소니 카메라에게 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근데 삼성 카메라 광고 보신 적 있습니까? NX300 광고모델이 무려 우사인 볼트였단 거 아셨습니까? 삼성답지 않게 마케팅에 너무나도 게을렀습니다. 제품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닌데 설마 입소문에만 기대를 한 건 지... 특히, 이번 NX1과 NX500은 광고를 찾아봐야 나올 정도로 안 하더군요. 그리 좋은 제품은 아니지만, NX3300은 존재를 아는 사람도 찾기 드뭅니다.
솔직히 스마트폰 광고하는 거 절반, 아니 청소기 광고만큼만 했더라도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 하겠는데...



4. 출발부터 난 최고야 마인드

: 삼성이 최근 들어 자주 하는 실수죠. 세계최고 마인드. 스마트폰이나 TV, 가전제품에선 맞는 말일지라도 카메라는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가격을 일본제품이랑 비슷하게 맞추질 않나 소니가 배터리 충전기를 빼니까 지들도 빼지를 않나...
그래놓고선 '삼성' 브랜드만 믿고 소비자를 기다립니다.
삼성 브랜드 쎈 거 인정하겠는데 카메라 시장에서 이러는 거, 샤오미가 갑자기 가격 올리면서 삼성, 애플이랑 같은 취급 해달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카메라 업계에선 캐논, 니콘, 소니의 브랜드 파워엔 한 참 못 미치고 심지어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 보다도 아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격을 내린다던지 기술을 압도한다던지 같은 노력은 안 하고 비슷한 성능 맞춰놓고 가격도 비슷하게 해놓고 사주길 바랍니다.
최고가 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지 이제 시작인데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근자감에 빠져있던 태도부터 사업 접기 전에 되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다보니 얘기가 길어졌네요. 아무래도 제가 사고싶은 NX500을 만들던 회사가 삼성이었기에 말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삼성은 이제 투자를 본격적으로 해야할 시기인데 지금 안 팔린다고 접으니 참...
이제 몇 년 아니, 1년 정도만 지나면 삼성 프라자나 이마트, 롯데마트같은 곳의 전자제품 코너에서 삼성 미러리스가 자취를 감출 지도 모를 일이네요.

그렇게 되면 정말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이상 속상한 김나신이었습니다.
(Q&A에 이와 관련된 질문 올렸는데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