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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성 갤럭시 노트8 성능 리뷰: 다음 달리기를 위한 숨고르기? 추천 0 IP 주소 39.117.xxx.201
글쓴이 닥터몰라 날짜 2017.09.28 00:59 조회 수 11629


삼성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갤럭시 노트 8을 선보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갤럭시 노트 7이 폭발하고 노트 시리즈의 존폐 자체를 걱정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꽤 많이 반전되었죠. 삼성은 갤럭시 노트 8을 출시함으로써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여전히 플래그십 삼성 스마트폰으로써 우뚝 서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갤럭시 노트 8은 스마트폰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OLED 디스플레이에 검증된 카메라 품질, 엣지한 엣지 디자인 등 스마트폰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있는, 삼성의 플래그십다운 스마트폰입니다. 그렇다면 갤럭시 노트 8의 컴퓨팅 성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갤럭시 노트 8의 성능은 좋게 봐줘도 다음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 정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갤럭시 노트8에는 갤럭시 S8과 동일한 엑시노스 8895와 스냅드래곤 835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처음 갤럭시 S8이 출시될 당시에는 스냅드래곤 835를 삼성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적어도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는 성능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제 스냅드래곤 835는 삼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LG V30 등 우리나라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에도 스냅드래곤 835가 들어가고 있지요. 그리고 삼성의 영원한 라이벌인 애플의 A10 Fusion 칩셋과 비교했을 때도 엑시노스 8895는 성능 우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플의 A10 Fusion 칩은 1년 전의 칩이라는 것이죠. 얼마 전 아이폰 8 시리즈, 아이폰 X과 함께 발표된 애플의 A11 Bionic 칩(링크)과의 성능 비교에서 엑시노스 8895와 스냅드래곤 835의 성능은 초라할 따름입니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이전과는 달리 갤럭시 노트 8에는 갤럭시 S8 시리즈보다 조금 더 성능이 향상된 칩이 들어갈 것이라는 루머들이 있었습니다(링크). 애플의 A11 칩의 성능 향상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기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향상된 성능의 칩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는 애플에 대응해 더 높은 성능의 칩을 넣은 제품을 내는 것보다는 갤럭시 S8과 갤럭시 노트 8이 동급의 다른 타겟을 가진 제품으로 팔려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결정은 분명 합리적인 결정이겠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상징적입니다. A11 Bionic 칩의 성능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리뷰는 곧 찾아올 아이폰 8 성능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여기서는 다시 갤럭시 노트 8로 돌아와서 그 성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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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갤럭시 노트 8의 CPU 성능은 당연히 갤럭시 S8과 비슷하며, 전작이라고 볼 수 있는 갤럭시 노트 FE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성능 향상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할 수 있는 싱글스레드 성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지난 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7 플러스와의 비교에서 싱글스레드 성능 격차는 거의 더블 스코어에 가깝습니다. 종합 CPU 성능 역시 갤럭시 S8과 거의 같은 수준에 전작인 갤럭시 노트 FE에 비해서는 13% 정도 향상된 성능을 보입니다. 종합 CPU 성능 역시 지난 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7 플러스에 비해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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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성능의 경우에는 그나마 갤럭시 노트 FE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확실한 세대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아이폰 7 플러스와의 비교는 갤럭시 노트 8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 중 절반정도는 온스크린으로 FHD 해상도에서 온스크린 테스트가 수행되는 아이폰 7 플러스보다 갤럭시 노트 8이 불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아이폰 7 플러스가 지난 세대의 아이폰임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건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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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향상된 그래픽 성능의 이면에는 전작보다 더 심해진 스로틀링 특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당 스로틀링 그래프는 GFXBench의 Manhattan 3.1 온스크린 테스트를 30번 실행하면서 매 1분마다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한 것입니다. 벤치마크가 시작될 시점에서 갤럭시 노트 8은 갤럭시 노트 FE에 비해 대략 40% 앞서는 성능을 보이며, 아이폰과의 격차는 대략 6%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아이폰 7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 8의 맨하탄 3.1 벤치마크의 오프스크린 시나리오의 점수는 거의 유사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30분이 경과한 시점에 갤럭시 노트 8은 최초 점수 대비 57% 수준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전작인 갤럭시 노트 FE와의 성능 격차는 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이폰과의 성능격차는 36% 이상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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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이 테스트가 실행되는 동안 세 기기의 최고 온도는 섭씨 45도 부근으로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손에 쥐고 쓰는 기기는 이보다 더 높은 온도가 되면 사용자에게 심각한 불쾌감을 주고, 심하면 저온화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이상으로 기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열 스로틀링을 통해 기기의 성능을 제한합니다. 만약 갤럭시 노트 8의 최고 온도가 다른 두 기기보다 확연하게 낮았다면 큰 스로틀링 폭은 의도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해당 실험 중 갤럭시 노트 8은 오히려 가장 높은 온도인 섭씨 46.8도를 기록하면서 세 기기 중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해 이런 가설 역시 힘을 잃습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 노트 8의 그래픽 성능 향상은 상당 부분이 소모전력과 발열을 높임으로써 얻어낸 결과로 보입니다. 다만 발열원(AP)의 위치가 바뀌었는데, 파지하는 방법에 따라 발열이 덜 느껴질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 점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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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8은 배터리 성능 역시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는 물리적으로 줄어든 배터리 용량으로부터 이미 예측되었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죠.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갤럭시 노트 FE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배터리 지속시간을 보여주고 있으며 갤럭시 S8 플러스에 비해서는 일관되게 뒤쳐지는 배터리 지속시간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배터리 성능이 사용에 지장을 줄 만큼 짧은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 테스트한 여러 스마트폰을 놓고 봐도 평균 이상의 배터리 수명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시간이 짧다고 실사용에 큰 지장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갤럭시 노트 8의 컴퓨팅 성능은 갤럭시 S8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835를 삼성만이 독점하고, 강력한 경쟁사인 애플의 플래그십에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지만 압도적인 열위에 놓이지 않았던 올해 초와 달리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진영에서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한 기기들이 늘어나고, 애플은 A11 Bionic 칩을 출시하며 멀찍이 달아난 지금 시점에서 삼성 플래그십을 대하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CPU, GPU 성능 뿐 아니라 머신 러닝 연산만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회로를 SoC에 포함시킨 애플이나 화웨이와 달리 이와 같은 움직임 역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삼성 앞에 놓여진 과제는 이제 더 막중해졌습니다. 갤럭시 S9 시리즈에 탑재될 삼성의 AP는 A11 Bionic 칩을 추적하기 위해 CPU와 GPU 성능 등 전통적인 성능 향상은 물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머신러닝 처리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 머신러닝 등을 기반으로 구축된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머신 러닝 추론 연산을 담당하는 전용 회로 역시 추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갤럭시 노트 8이 다음 강력한 스퍼트를 위한 숨고르기이기를, 그래서 다음 세대 삼성의 AP는 다시금 애플의 AP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