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젠틀, 혹은 와인스마트 재즈는 폴더 스마트폰입니다. 여러 사용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키패드의 글자 크기나 안전도우미 등의 앱으로 보았을 때 분명 주 대상은 중/장년층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카메라. 3백만화소는 그럴 수 있다 칩시다. AF 지원이 안되는 고정초점 카메라입니다. 손주 사진 하나 제대로 찍기 힘든 성능의 카메라를 효도폰으로 쓰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전면 카메라는 30만화소입니다. 말 그대로 하두리 웹캠 수준인데 오랜만에 만난 딸이 엄마 휴대폰으로 같이 사진찍자고 하면 그 조차 못 할 성능입니다. 결국 자식들이 사진 찍어 보내주는게 정상적인 사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겁니다.

그 와중에 그것도 제대로 못 하게 하는건 둘째 문제인 디스플레이입니다. 해상도는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폴더에 QHD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근데 시야각이 너무 심합니다. 조금만 아래로 봐도 색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사위가 보내준 손녀 사진 한 장 보기도 정확한 각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충돌각 맞추는 자동차도 아니고, 노인 쓰라는 폰이 시야각이 이래서야.

그런 사진이나마 저장해두고 천천히 보고 싶다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저장 공간. 4GB면 옛날엔 충분했는데 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시스템 용량으로 1.44GB를 먹고 있기 때문에 가용 용량은 2.5GB 가량입니다. 앱 몇 개만 설치해도 금방 바닥나고, 요즘 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사진 받으면 캐시 금방 차는데 며칠만 써도 이미 100MB가 넘게 찼습니다. 

네, 물론 micro SD카드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대상 연령층에게 그걸 하라는건 무리 같지만 아들딸 된 도리로 해 드렸다 칩시다. 열심히 공부해서 앱도 SD카드로 옮겨보고 파일도 옮깁니다. 그래도 어차피 캐시는 내장 스토리지에 찹니다. 결국 앱 몇 개 깔고 나니 업데이트도 안 될 정도로 용량이 부족합니다. 뭐 그냥 지금 버전으로 쓰지 뭐 하고 뒀더니 이제 용량이 찼다고 문자도 안 받아집니다.

LG는 키패드도 달고, 노스탈지아의 폴더에 인조 가죽 느낌까지 나름대로 타겟 분석을 잘 했다고 흐뭇해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헌데 중/장년층이 휴대폰으로 뭘 하고자 하는지 사실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나들이 가서 사진이나 찍고, 가족에게 카톡으로 사진이나 받고 넣어놓고 생각날 때 보겠다는데 그걸 전혀 안 되게 만들어 놓고 효도폰이랍니다.

이런건 폴더가 재미있어 보이는 젊은 사람이 이것 저것 건드려 가며 쓰는 재미로는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네들이 쓸 수 있을 만한게 아닙니다. 제발, 노인 괴롭히지 맙시다.

추가: 약간의 점수 수정 (하향)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