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슨 이상한걸 만들었나 했습니다. 그게 화웨이 아너 7i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전면 카메라 없이 후면 카메라가 열리는 스카이 7200같은 디자인에 Snapdragon 615, 평범하면서 이상한 그런 전화기.

막상 써보니 이게 웬걸, 화웨이가 이런걸 다 만드나 싶습니다. 일단 마감이 너무 좋습니다. 측면메탈도 잡히는 느낌이 무척 안정적이고 볼륨키에까지 헤어라인을 넣고 뒷면에 살짝 패턴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습니다. 화웨이 디자인 이제 물이 올랐습니다.

디스플레이 선명합니다. 밝고 색도 정확하고, 충분히 얇은 베젤에 검은색을 칠해놔서 구라베젤 소리를 듣게 만든 것과 색온도 조절 기능이 빠져 있는게 흠이지만 청명하고 화사한 패널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언제 또 이렇게 바꿔놓았다나요. EMUI 3.1인데 직전에 리뷰한 Y6와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한지, 아이콘은 이렇게 깔끔한지. 색 선정부터 메뉴 레이아웃까지 참 깔끔합니다. 롤리팝의 머티리얼 디자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쉽고, 아이폰 닮은 어플 서랍 없는 런쳐가 여전히 불만일 뿐, UI 자체는 이제 훌륭한 수준입니다.

Snapdragon 615는 충분히 증명이 된 칩셋입니다. 전혀 버벅임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쓰로틀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그래픽이 좀 부족하지만 3D 게임을 아주 즐기지 않는다면 충분한 성능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화웨이 특성으로 멀티태스킹 창이 뜨는데 렉이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역시 이 친구의 가장 큰 특징은 폴더 카메라인데, 도촬 같은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시고 보면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굳이 13MP로 셀카를 (어후..) 찍는 용도가 아니어도 자유로운 각도로 내가 납작 엎드리지 않아도 바닥의 물체를 찍을 수 있는 등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맛있는 음식’ 모드로 음식 사진을 찍으면 더 맛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맛없는 음식은 안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카메라 자체의 성능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 그건 좀 실망입니다. 부족한 성능은 아니지만, 그리고 폴더 카메라이기 때문에 나와 상대를 동시에 찍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건 배터리입니다. 절전 모드를 모두 끈 상태로 화면 켜짐이 다섯시간입니다. 저는 항상 LTE에 물려서 웹서핑을 잔뜩 하는 편인데 이 정도니, 보통이 아닌 스마트 절전 모드에 와이파이도 간간히 쓰시고 하시면 훨씬 오래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훌륭한 배터리입니다.

큰 불만은 두 개, Wi-Fi 5Ghz를 지원하지 않아 40Mbps 정도 속도가 한계이고 충전이 이상할 정도로 느려서 세시간은 걸린다는 것.

절대 저렴한 폰은 아닙니다. 1,999원이니까 한화로는 37만원쯤 하는 기계입니다. 하지만 무척 만족스러운걸요. 한국에 출시만 된다면 크게 안 가리고 어디 추천해도 불만 없을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