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드디스크 축출 대작전 : SSD의 또다른 미래 | 추천 | 0 | IP 주소 | 118.220.xxx.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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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닥터몰라 | 날짜 | 2016.02.19 11:41 | 조회 수 | 3659 | ||||||||||||||||||||||||||||||||||||||||||||||||
* 누구나 가슴 속엔 인텔 750 SSD를 하나쯤 품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비단 지갑사정뿐만 아니라 실제로 업계의 발전방향 역시 그렇습니다. NVMe와 PCI-Express를 등에 업고 빛의 속도에 수렴하려는 SSD가 있는가 하면, 거꾸로 하드디스크가 차지한 시장을 겨냥한 '가격대 성능비' & '가격대 용량비' 지향 역시 시장의 큰 흐름이기 때문인데요. 끝없이 빨라지기만 하는 소식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느려지기 위한 경쟁'을 IYD에서 한번 조명해 보았습니다. 바야흐르 저가형 제조사들의 하드디스크 축출 대작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글쓴이 : 이대근 원문 : http://iyd.kr/910 <목차> 1. 또다른 미래 : Race to the bottom 2. 컨트롤러, 디램, 낸드의 삼중주 3. 실태 점검 : 엔트리급 SSD 라운드업 4.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SATA 3.0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저 대역폭을 언제 다 써?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장장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해 어느새 SATA 3.0의 6Gbps 대역폭으로는 성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라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하기도 했고. 급기야 PCI-Express급의 대역폭을 활용해야 할 정도로까지 SSD 성능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IYD의 독자분들이야 컴퓨터에 관심이 많으니 이미 잘 아시는 부분일 겁니다.
SSD는 속도뿐 아니라 가격대 용량비도 가파르게 상승해 왔는데, 실제 대부분의 컴퓨터 구성요소가 성능 향상이 정체되는 등 완숙기에 진입한 상황이나 저장장치는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윈도우 7이 등장한 시절만 하더라도 추천 견적에는 320GB 하드디스크가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고, 인텔이 '컨슈머용' SSD로 80만원짜리 30GB 모델을 출시한 것이 뭇 파워유저들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였죠. 지금은? 굳이 가격비교사이트에 들어가보지 않더라도 그보단 훨씬 -이라고 말하기도 부족할 만큼- 가격대 용량비가 개선되었단 걸 모두가 아실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SSD는 하드디스크에 비하면 가격대 용량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SSD를 구입할 용의가 있는 사용자도 필요한 용량 전체를 SSD만으로 구성하기엔 예산이 다소 부족하고, 가용 예산을 모두 SSD에 투입하면 같은 가격의 하드디스크를 사는 것보다 용량이 작아지기 때문에 저용량 SSD + 중용량 하드디스크라는 절충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SSD나 하드디스크 모두, 일반적으로 용량이 커질수록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어정쩡한 조합은 분명 일정 정도의 손해를 안고 가게 됩니다.
냉정하게 보면 SSD는 하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설령 지금보다 SSD가 조금 더 느려지더라도 하드디스크에서 마이그레이션하는 사용자에게 SSD의 유저 경험(UX)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히 빠를 정도이죠. 현재의 SSD를 보다 저속화하더라도 그 트레이드오프로 가격대 용량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일반 데스크탑 시장에서 축출할 수 있다면 제조사로써는 충분히 시도해봄직한 것입니다. NVMe, PCI-Express 등 온갖 최첨단 기술로 빛의 속도에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범 SSD 진영의 제1 목표라면, 이러한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 역시 또다른 목표일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준비 중인 새 글에서는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SSD의 또다른 미래를 다루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저가형 컨트롤러와 디램캐시, 낸드플래시의 삼각관계를 다루며 이들이 어떻게 변주되어 각 제조사별 저가지향 솔루션이 나오게 되었는지와, 현존하는 저가형 SSD의 현 주소 -성능 테스트- 를 다룰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뜯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SSD를 구성하는 부속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하나의 SSD를 구성하는 필수요소는 단 3종의 칩셋으로 요약할 수도 있는데 이들이 바로 컨트롤러, 디램 캐시와 낸드 플래시입니다. 여기서 저장소로써 기능하는 것이 낸드 플래시이고 낸드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컨트롤러이니 이것만으로도 사실 저장장치 본연의 기능을 구현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SSD의 제작단가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제조사들이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 (필수요소 중 낸드와 컨트롤러를 제외한) 디램 캐시이기도 하죠. 우선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간단한 그림을 통해 살펴보고 넘어갑시다.
(출처 : Micron.com, An Overview of SSD Write Caching)
앞서 SSD의 저가화를 위한 가장 쉬운 선택이 디램 캐시를 없애는 것이란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컨트롤러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만큼 이것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제조공정이 미세해지면 그만큼 웨이퍼당 생산량이 늘 테니 단가하락의 효과가 있겠지만 최첨단 공정의 경우 오히려 생산비용이 더 비싸지는 효과가 있어 이것 역시 애매합니다. 낸드 플래시의 기록밀도를 늘려 한 칩당 용량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반면 디램 캐시를 없앨 경우 성능 하락은 피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일단 떼어내도 SSD가 작동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둘을 건드리는 것과 달리 이쪽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아래 그림을 통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출처 : Micron.com, An Overview of SSD Write Caching)
보신 바와 같이 디램 캐시를 거치지 않을 경우(※ 주 : 위 그림은 엄밀히 말해 디램 캐시가 '없는' 게 아닌, 비활성화된 경우라 설명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컨트롤러가 입출력을 완료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림에는 아주 단순히 표현되었지만 실제로 CPU의 속도 > 호스트 인터페이스의 속도 > 컨트롤러의 속도 > 디램 캐시의 속도 > 낸드 플래시의 속도 순으로 작동속도가 계층화되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장 느린 낸드 플래시의 작동에 맞춰 전체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낸드 플래시보다 오히려 용량당 생산단가는 더 비싼 디램을 제거함으로써 어쨌든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되고, 어차피 SSD는 하드디스크보다 넘사벽으로 빠르니 SSD가 조금 느려지더라도 하드디스크보다는 여전히 빠르다는 점을 장점 삼아(비유하자면 장군이 강등되어 대령이 되더라도 병사보다 넘사벽으로 높기는 마찬가지랄까요) 하드디스크가 점유하는 시장을 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디램 포기 전략'을 짜게 된 이유죠.
현재 디램 캐시를 사용하지 않는 컨트롤러만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두 가지는 바로 OCZ 샌드포스 전 라인업과 실리콘모션의 SM2246XT입니다. 그 중에서도 후자는 현재 보급형 SSD 시장에서 인기있는 모델인 SM2246EN과 본질적으로 같은데, 특이하게도 TLC를 지원하지 않아 이 컨트롤러를 쓴 SSD는 모두 MLC라는 공통점 역시 갖게 됩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여기에는 고도의 판매전략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MLC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컨트롤러 자체가 저가지향인데다 디램 캐시가 없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실제 성능이 좋지는 못합니다. 심지어 '적당한' TLC 제품들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지요. 그러나 TLC의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과 성능저하 이슈, 데이터 신뢰성 문제가 걱정되는 사용자라면 저렴한 MLC 모델로써 SM2246XT 컨트롤러를 탑재한 제품을 보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가격에 디램 캐시가 있다면야 더더욱 좋겠지만...)
특히 실리콘모션은 작년 8월 '플래시메모리 서밋' 행사에서 이러한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습니다. 아래 슬라이드를 한번 볼까요.
다시 한번 밝히고 있지만, 디램 캐시가 없는 경우 SSD의 성능은 분명히 떨어집니다. 구체적으로 테이블 스왑과 라이트-백에 소요되는 레이턴시가 증가하며, 버퍼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failure에 대응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게 됩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열거되지는 않았지만, 이 글에서 후술할 벤치마크에 따르면 약 10~15% 가량의 페널티가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전히 하드디스크보다는 빠르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고용량 하드디스크는 플래터 1장당 용량이 1TB를 넘을 정도로 고밀도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시퀀셜 성능은 이미 두어세대 전의 SSD에 버금갈 정도로 따라잡은 상태입니다. 다만 물리적인 움직임이 수반되어야 하는 하드디스크 방식의 특성상 랜덤 성능이 (수 세대가 지났음에도) 물리적인 한계로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SSD의 기회가 있었던 셈입니다. 재미있는 건 디램 캐시를 제거했을 때 SSD의 성능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분야 역시 4K 랜덤 성능이라는 점인데, 그래도 원체 하드디스크와는 큰 갭을 두고 있었던 만큼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랜덤 성능을 갖는다는 특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위 슬라이드에서는 디램 캐시를 제거하는 1단계 전략 외에도, 이어서 설명할 2단계 전략이 드러나 있습니다. 바로 낸드 플래시의 기록밀도를 높여 단위용량당 제작단가를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가장 단순히 생각해 (무어의 법칙을 믿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더라도 매 18개월마다 기록밀도는 두 배씩 증가하니 단위용량당 가격이 그 정도 비율로 떨어질 것을 기대해봄직 합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작년 중순경, 삼성전자는 지난 달 ISSCC를 통해 256Gbit 용량을 갖는 낸드 플래시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들 칩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128GB급 용량을 구성하는 데는 단 네개의 낸드 플래시면 충분합니다.
또한, 무어의 법칙이 2차원이었다면 이를 3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 역시 근래 들어 괄목할만하게 일어나고 있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업계에서는 3D V-낸드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3D V-낸드를 전면적으로 사용한 850 시리즈와 950 시리즈 SSD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인텔-마이크론 연합에서도 최근 768Gbit 용량의 3D V-낸드를 시연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현재 낸드 자체의 고밀도화를 막는 요소로는 개별 낸드 플래시들을 레이드와 유사한 형태로 묶어 전송속도를 확보하는 SSD 자체의 구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앞서 들었던 예시처럼 단 4개의 낸드만으로 SSD를 구성한다면 물론 매우 저렴하게 구성할 수 있겠지만, 8개 미만의 낸드로 SSD를 구성할 경우 대역폭이 현 세대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오히려 디램 캐시 삭제보다도 더)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저용량(120~250GB대) SSD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즉 낸드 자체의 고밀도화는 SSD의 고용량화, 가격대 용량비의 개선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위치한 '엔트리급'가격대를 공략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못 준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마벨에서는 디램 캐시를 없애되 메인 메모리의 일부를 캐싱하여 사실상 디램 캐시로 사용케 하는 기술을 고안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마벨의 88NV1140 컨트롤러 칩셋은 메인 메모리 용량 중 128MB 이상을 호스트 메모리 버퍼(HMB)라는 이름으로 할당해 디램 캐시가 없는 SSD에게 일종의 캐시로써 부여합니다.
이 경우 메인 메모리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예 : 싱글채널, 듀얼채널, 쿼드채널 등)에 따라 SSD 성능에도 변화가 있게 되는데, 확실한 것은 디램 캐시가 그저 없을 뿐인 현행 저가형 SSD보다는 성능이 좋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끝으로, 컨트롤러 자체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컨트롤러 제조사들의 노력 역시 잠깐 조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래 들어 저가형 SSD에 부쩍 많이 쓰이고 있는 '파이슨(Phison)'이라는 컨트롤러, 한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 회사는 여느 다른 제조사처럼 칩을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인 하우스 제작으로 SSD 전체를 만들어내 이름 있는 업체에 OEM으로 제공하는 방식의 영업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어쩐지 요즘 부쩍 '여기는 SSD를 만들 회사가 아닌데?' 싶은 곳에서 자기네 상표를 붙인 SSD를 많이 내놓는다 싶었죠?) 본질적으로 칩 자체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아니지만, 어쨌든 끼워팔기로 가격을 낮추는 것을 하나의 전략으로 삼을 만큼 저가 SSD 시장에의 진입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렇듯 오늘날 여러 제조사와 업계에서는 SSD의 필수요소 3가지 - 컨트롤러, 디램, 낸드를 다양하게 변주해 가며 최적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강 이론적인 배경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옵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가장 궁금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디램 없는 MLC랑 일반 TLC 중에서는 뭐가 더 좋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 봅시다.
이 장에서는 가격비교사이트 기준 10만원 미만인 250GB급(240, 250, 256GB) SSD 9종을 대상으로 간단히 4개 항목에 대해 IYD 자체 시나리오로 벤치마크를 진행했습니다. 시퀀셜 읽기/쓰기 및 4K 랜덤 읽기/쓰기가 그것으로, 아난드텍의 고찰(링크)을 참고해 Que Depth 구성은 QD1, QD2 및 QD4의 세가지 시나리오에 한정해 개별 테스트 후 각각 가중치를 반영해 가중평균값을 구한 것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아래 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AnandTech)
테스트에 사용한 대조군은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부터 알파벳 순서대로)
위 대조군 중 삼성 850 EVO는 엄밀히 말해 엔트리급이라 볼 수 없지만,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제품으로 다른 SSD의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선 역할을 맡기기 위해 대조군 중 하나로 넣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ZOTAC Premium Edition SSD의 경우, 갤럭시나 기타 다른 OEM 제조사의 상표를 달고 나오는 수많은 '파이슨 인 하우스 SSD'의 대표 격으로 선발해 대조군에 넣은 것이며, 굳이 여러 브랜드 중 ZOTAC을 고른 것은 동일한 OEM 브랜딩 제품 중 가장 저렴했기 때문입니다(8만원 중반대).
이 점을 숙지하시고, 간단히 아래의 그래프를 보며 이어 가겠습니다.
우선 시퀀셜 성능을 살펴보면, 읽기 성능은 대조군의 과반수가 상향 평준화된 결과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쓰기 성능 테스트가 변별력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삼성 850 EVO가 이변 없이(?) 1위를 차지했으며 SM2246EN + MLC 조합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마이크론 Crucial MX200과 GeIL Zenith A3 Pro가 나란히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조군 중 유일하게 디램 캐시가 없는 Sandisk의 SSD PLUS와 Z400s는 시퀀셜 읽기/쓰기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읽기보다는 쓰기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비 삼성계 TLC SSD인 ADATA SP550과 도시바 Q300, 마이크론 BX200은 최하위권 바로 위에 나란히 모여 있는 모습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SP550과 Q300이 상대적으로 더 비슷한 성능을 보이고, BX200은 그들과 일정한 차이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4K 랜덤 성능을 살펴보면, 시퀀셜보다 더욱 변별력이 생긴 듯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삼성 850 EVO가 넉넉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가격 역시 넉넉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깍두기같은 존재로 남겨 두고 나머지를 살펴봅시다. 우선 2-3위권은 시퀀셜 성능 서열과 변함없이 마이크론의 BX100과 GeIL의 Zenith A3 Pro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BX100이 BX200의 출시와 맞물려 단종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같은 스펙 / 비슷한 가격대의 Zenith A3 Pro가 본의 아니게(?) 시장에 무혈입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시퀀셜 성능 그래프보다는 Sandisk의 디램 캐시 없는 모델과 다른 대조군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밑에서 2-4등을 차지한 3종이 TLC SSD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합니다. 아시다시피 TLC SSD의 랜덤 성능은 MLC와 비교해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바 있습니다. (TLC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SLC와 MLC의 과도기에도 똑같은 지적을 MLC가 받곤 했었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소결론을 내자면, 저가형 SSD 가운데서도 최저가인 ADATA의 Premier SP550은 좋은 성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 고성능인 다른 SSD보다 압도적으로 싼 7만원 극초반대의 가격 및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만 성능이 가장 나쁘지는 않은' 데서 파생되는 양호한 가격대 성능비를 무기로 엔트리급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500GB급 시장으로 이동하면 해당 모델이 독보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배치해 두어 (480GB 기준 14만원) SSD 하나만으로 하드디스크급 용량을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저가형 가운데서 비교적 고성능군에 속하는 미들레인지급 SSD는 그동안 마이크론의 Crucial BX100이 군계일학으로 자리하고 있었으나 그보다 훨씬 낮은 성능의 BX200이 후속으로 투입되며 마이크론이 이 자리를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심지어 BX200은 더 저렴한 SP550보다 성능이 낮습니다.) 대신 GeIL의 Zenith A3 Pro가 BX100과 거의 똑같은 사양과 성능을 가지고, 심지어 가격마저 비슷하게 책정되면서 BX100의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앞 장에서 살펴본 결과를 정리해 봅시다. 디램 캐시가 없는 SM2246XT 컨트롤러를 탑재한 Sandisk SSD PLUS / Z400s의 경우 성능이 기존의 SSD보다 엄청나게 느리다는 것은 증명되었고, 반면 가격이 그에 걸맞게 저렴해지지는 않았단 점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오히려 디램 캐시가 있는 TLC 모델인 ADATA SP550이 가격은 훨씬 저렴합니다. 한편 SP550과 외견상 똑같은 사양을 가진(SM2256EN + TLC) 마이크론의 Crucial BX200의 경우 일정하게 10%가량 낮은 성능을 기록했는데, 추측컨데 펌웨어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2장 말미의 질문이었던 "디램 없는 MLC와 일반 TLC 중 무엇이 좋은가" 에 대한 대답은 비교적 수월하게 후자로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TLC의 특성상 수명이나 성능 일관성 이슈 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거꾸로 삼성이 840 EVO를 통해 선구자적 입장에서 노하우를 많이 쌓았고 / 전체 업계가 SLC에서 MLC/TLC로 이동했듯 다시 TLC/QLC로 기록밀도를 높여 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좋든 싫든 TLC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그에 걸맞게 트러블슈팅 노하우 역시 축적되어 현재 TLC SSD를 구입해 오랜 기간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할 즈음엔 이미 해당 문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닐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한편, Crucial BX200의 전작인 BX100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마이크론의 라인업상 MX 시리즈가 BX 시리즈의 상위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사용 성능은 BX100이 MX100 / MX200보다 높게 나왔던 아난드텍의 리뷰(링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잠깐 해당 리뷰의 결론을 발췌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By having two separate BX and MX lineups, it's clear that Crucial is trying to position the MX200 in the higher-end segment and aim the drive towards enthusiast and professional users. On paper that works well because the MX200 does deliver considerably higher maximum performance than the BX100 and the feature set is more professional-oriented with hardware encryption support, but unfortunately the MX200 doesn't fulfill its promises in real world based IO trace testing. In fact, it turns out that the BX100 performs better in typical low queue depth client workloads.
That actually speaks of an industry wide problem. Most manufacturers only publish performance figures at high queue depths (typically 32, i.e. the max of AHCI), but as our IO traces show, only a fraction of real world client IOs happen at such a high queue depth. Even very intensive client IO workloads rarely go above QD2, so it's totally unrealistic to use QD32 figures as the basis of marketing and product positioning. Of course everyone likes big numbers, especially the marketing teams, but the truth is that focusing solely on those can potentially result in erroneous product positioning like in Crucial's case. I think the industry as a whole should try to move more towards low queue depth optimization because that yields better user performance and at the end of the day it's the user experience that matters, not the number of IOs the drive can theoretically process." "MX와 BX로 분리된 라인업을 갖추면서, 크루셜이 MX200으로 하여금 매니아층이나 전문가 등 더 높은 세그먼트를 겨냥하게 했음은 명백하다. 적어도 지면상으로 이 작업은 꽤 잘 이뤄져서, MX200의 스펙상 성능은 BX100의 그것보다 한참 위에 있으며 하드웨어 인크립션 지원 등 부가기능 역시 전문가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의 성능을 보면 MX200은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일반적인 '낮은 QD값에서의' 클라이언트 워크로드 하에서는 BX100의 성능이 더 좋기까지 하다.
- AnandTech, Crucial MX200 (250GB, 500GB & 1TB) SSD Review, Final Words
모델넘버가 높아지면 성능 역시 당연히 그러하리라는 불문율을 깨고 BX200은 BX100보다 훨씬 낮아진 성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 삼성계열 TLC SSD로서 평이한 성능을 보이고는 있으나(특히 디램 캐시가 없는 Sandisk SSD PLUS / Z400s 등보다는 양호한 수준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동일한 사양의 ADATA SP550보다 소폭이나마 떨어지는 성능이었던데다 가격 역시 이쪽이 단 몇천원씩이라도 더 저렴한 탓에 메리트가 반감되어 버린 케이스입니다.
그렇지만 벤치마크에서 의외로 두각을 나타낸 제품 역시 있었으니 GeIL의 Zenith A3 Pro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론에서 단종수순을 밟고 있는 BX100이 환생했다고 여겨질 만큼 똑같은 사양을 갖고 있는데, (디램 캐시 있는) SM2246EN과 MLC의 조합은 아난드텍 리뷰를 통해서도 검증되었듯 일반적인 사용 목적 하에서 고급형 SSD를 능가하는 생산성을 제공하는 조합입니다. BX100이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금, BX100의 포지션을 정확히 대체하며 좋은 성능을 제공하는 저가형 SSD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한편 용량대를 500GB 언저리로 높여 보면 다른 어떤 대조군보다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14만원 초반대의 ADATA SP550이 저가형 SSD의 대표주자로써 추천받을만 하다고 여겨집니다. 성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램 캐시 없는 MLC 모델이나 여타 비 삼성계 TLC SSD보다 좋은 수준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갖는 제품과는 이미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니 경쟁의 의미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에서 저는, 현존하는 저가형 SSD 중에서는 아래의 두 모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ADATA Premier SP550 240GB / 480GB : 각 용량대에서 가장 저렴, 디램 없는 MLC / 비 삼성계 TLC보다 좋은 성능 GeIL Zenith A3 Pro 240GB : 10만원 미만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성능
그러나 전체적으로 오늘날의 저가형 SSD 시장을 톺아보면 여전히 메인스트림급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만큼의 가격대 용량비를 갖는 SSD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최저가 제품군의 가격대가 일제히 (250GB급 기준) 7~8만원대에 마치 장벽을 형성한 듯 몰려 있는 상황은 흡사 컵에서 흘러넘치기 직전의 물을 보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더 내려가고 싶지만 뭔가를 안절부절 기다리는 모양이랄까요.
이 대목에서 제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바로 SM2256XT, 즉 디램 캐시 없는 TLC SSD의 존재입니다. '디램 캐시 없는 MLC'도 있고, '디램 캐시가 있는 TLC'도 있지만 유독 '디램 캐시 없는 TLC'만이 없습니다. 성능이 너무 떨어질까봐서요? 2장에서 살펴본 여러 흐름에 따르면 그건 핑계가 못 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러 제조사가 가까운 미래 어느 시점을 겨냥해 아껴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일제히 7만원 미만의 SSD를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또한, 삼성이 바로 이틀 전 TLC 낸드 기반 보급형 SSD인 750 EVO를 출시한 것을 보며 조만간 QLC 낸드가 상용화되겠다는 생각 역시 엉뚱하게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진정한 저가 SSD의 보급은 이러한 고밀도 낸드 플래시의 양산과도 맞물려 있을 것입니다. 위태롭게 컵을 가득 채운 물이 단 한 방울의 추가로 흘러넘치듯, 하루빨리 시장에 신선한 충격이 더해져 진정한 'race to the bottom'이 개시되기를 바랍니다. 그때쯤 되면 더 이상 하드디스크를 살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상으로 글을 맺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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