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비싼 로지텍의 플래그십 펜타그래프 키보드, MX Keys를 질렀습니다. (사실 제일 비싼건 휠키가 달린 크래프트이긴 한데, 휠만 빼면 거의 동일합니다.)

1. 가격

펜타그래프인 주제에 가격이 웬만한 기계식 싸다구를 후려칩니다. 정가가 자그마치 14만원입니다. 이 돈이면 기계식 키보드계의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레오폴드社의 풀배열 키보드를 하다 구입하고도 500원이 남습니다(...) 로지텍 플래그십 라인업답게 벌크를 해외 직구로 구하지 않는이상 잘 할인도 안합니다. 마우스는 벌크라도 풀리는데 이놈은 벌크도 없는 것 같습니다. 

2. 디자인

몹시 고급집니다. 딱 스그 색상인 게 대놓고 매직 키보드를 저격하는 듯한 외관입니다. 풀 알루미늄 하우징인 덕에 펜타그래프 치고 더럽게 무겁습니다. 제원상 무게는 약 800g. 들어보면 이 얇은 게 이렇게 묵직하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울트라 나브 키보드를 팔고 넘어왔는데, 확실히 보는 감성 만지는 감성 모두를 만족시켜줍니다. 그놈의 울트라나브는 타건감은 참 좋았는데, 팜레스트 부분의 플라스틱이 힘을 받을때마다 뻐그덕 뻐그덕 거려서 참 싼티가 났는데 말이죠...

백라이트는 영상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시인성이 낮아 별로 고급스럽지는 않습니다. 불끄고 작업하지 않는 이상 전력낭비에 가깝습니다. 키캡의 경우 그냥 레이저 프린팅 되어 있는줄 알았는데 불끄고 보면 키캡 주변부 뿐 아니라 글자에도 백라이트 불빛이 들어옵니다. 이부분은 칭찬해 주고 싶네요.

3. 타건감

회사에 들고 다니는 K580의 경우,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녀석이지만 특유의 싼티나는 타건감 덕분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펜타그래프 특유의 철컥철컥, 덜렁덜렁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MX Keys는 그런 면에서 꽉 짜여진, 쫀득한 타건감을 보여줍니다. 이게 딱히 비교 대상이 없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대충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을 잃지 않는 타건감입니다.

4. 기능

로지텍 답게 기능 면에서 매우 풍성합니다. 일단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유니파잉 동글이 하나 딸려오고, 3대까지 블루투스 or 동글을 통한 멀티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키보드치고 흔치 않은 블루투스 5.0을 지원해 디바이스와 매우 잘 붙습니다.

K580의 경우 방향키 배열이 뭐같아서 익숙해지기 전까지 다소 불편했는데,  MX Keys는 일반적인 키보드 배열을 따르고 있습니다. 

K580과 동일하게 맥과 윈도우 기능키가 모두 각인되어 있어, 맥 사용자들에게는 가점사항이 될 수 있겠습니다.

5. 총평

기계식도 아닌 주제에 더럽게 비싸지만, 딱히 대체재가 없습니다. 대충 떠오르는 경쟁자는 애플 매직키보드 정도인데,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타건감 면에서는 MX Keys의 압승입니다. 게다가 멀티 페어링이 가능하고 RF동글까지 지원하죠. 그런데도 가격은 오히려 저렴합니다. 울트라나브의 경우 타건감은 둘다 훌륭하지만 마감 면에서  로지텍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게다가 울트라나브는 요즘 한국에서 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