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3.2015
디자인:
최근 LG의 일관적인 디자인 기조와는 다르게 모든 측면에서 굉장히 메카닉하게 만들었습니다. 상하와 좌우가 화면과 분절되어 있고 316L 스테인리스 스틸로 덮여있는데, LG는 도금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숨겼지만 (형평성….풉) 휴대폰의 전반적인 튼튼함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LG폰 중 균형이라는게 잡혀 있는 첫 번째 제품 같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측면의 스테인리스 (스뎅이라고 하고 싶다) 바가 화면으로의 접근을 자꾸 막는다는겁니다. 왼쪽에서 당겨서 메뉴바를 호출하는 앱이 많은데 보호필름이라도 붙어있으면 그 사이가 굉장히 거슬립니다. 하지만 손에 잡을 때 느낌이 굉장히 좋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후면은 듀라스킨 실리콘으로 덮여있고 그립감이 아주 좋습니다. 기기 자체가 커서 놓치기 쉬운데 이를 방지해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흠집도 잘 나지 않습니다. 후면키는 이제 디자인적으로 통일성이 있고 카메라도 살짝 튀어나온 정도여서 다른 휴대폰에 비해서 훨씬 덜 거슬립니다.
약간 러기드한 느낌마저 나는 디자인이라 세 가지 색상 모두 아주 마음에 듭니다만, 이게 대세는 아닌 모양입니다. 제 주변에서는 모두 G4가 낫다고 하는 만큼.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LG라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V10의 디스플레이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색이 진하고 휘도도 훌륭합니다. 외부 시인성도 좋은 편이며 갤럭시에서 보았던 기능인 직사광선 시인성 강화 기능을 넣었습니다.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리뷰 어느 부분에서 다뤄야 할 지 고민했는데 그냥 여기에 넣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항상 켜져있는 디스플레이가 하나 더 있으면 (물론 하나 더 있는건 아니고 그냥 좌상단이 잘린 패널이지만…) 화면을 켤 일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지문인식 센서가 후면에 있고 전원키까지 후면키일 때는 더더욱 화면 켜서 알림 보기가 번거로운데 이를 해결하는 의외의 수확이 있습니다.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림이 표시되고 전체 화면으로 작업 중일 때도 알림을 방해받지 않고 확인 가능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카메라와 같은 자체 앱은 해당 화면을 메뉴로 사용하기까지 합니다. 멀티태스킹도 고전적인 방식보다 훨씬 편리하지만, 주소록 등록이나 음악 조절 기능은 굳이 이걸로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분명히 가능성이 더 있을텐데, 개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한 듯 합니다.
이러한 장점과 더불어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로컬디밍이 지원되어 배터리를 그렇게 많이 소모하지 않는다는겁니다. 우상단의 백라이트만 점등되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아몰레드만큼은 아닙니다만 전체를 점등해야 하는 (퀵서클…케이스…) 백라이트 유닛보다야 훨씬 낫습니다.
소리:
LG 기기치고 통화품질이 괜찮습니다. 대부분의 LG 스마트폰 통화품질이 최악인 것에 비해 그렇게 나쁘지 않는데, 이건 좀 장기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G4도 처음엔 괜찮았지만 오래 쓰니 통화도 끊기고 전화도 안 오고 하니, 너무 과신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Hi-Fi DAC를 추가했는데 음악을 32비트로 업스케일링해줍니다. 말인 즉슨 32비트 재생은 안 된다는겁니다. 흥미로운 기능인데 별로 체감은 못 하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음역이 넓어지고 소리가 선명해진다는 느낌은 있는데 이게 진짜 좋은건지, 그냥 효과를 먹인건지 확신이 안 섭니다. 음량 조절이 75단계로 된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모든 앱에서 32비트 DAC가 구동되지는 않습니다. 일부 앱에서만 지원되고, 원하지 않으면 끌 수도 있습니다.
LG 쿼드비트에 이어 이번에는 AKG가 튜닝을 했다고 합니다만 별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번들치고는 소리가 꽤 좋고 전반적인 완성도는 훌륭합니다만 버튼부도 메탈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소리가 좀 날카로운 바가 있어서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취향일 뿐입니다. 근데 AKG 튜닝 홍보는 왜 안하는건지.
카메라:
카메라에 집중한 모습은 G4에서 충분히 보여줬고, V10도 같은 연장선상입니다. 후면 카메라의 화질은 충분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ISP에서 디테일과 색 정확도를 기대하기 힘듭니다만 LG가 튜닝을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수동 촬영도 여전히 지원하는데 카메라 앱에서 모드 전환이나 동영상 촬영 줌 다이얼에 세컨드 스크린을 활용한 것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수동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긴 합니다만 과연 이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듭니다. 어쨌든 없어서 못 쓰는 것 보다는 있는데 안 쓰는 것이 나으니까요. 저조도에서도 괜찮은 수준입니다만, 최고는 아닙니다. 아이폰 6s보다는 낫지만 XPERIA Z5의 23MP 카메라보다는 못 합니다.
듀얼 전면 카메라는 흥미롭긴 합니다. 근데 왜 두개씩이나 필요한건지? 그냥 고화소 광각 카메라를 하나 박고 거기서 크롭을 해서 쓰면 안되는건지? 옵티머스 3D나 3D 큐브에서 꼭 두개 달려야 좋은게 아니라는걸 못 배웠나봅니다.
성능:
스냅드래곤 808은 최고 성능의 프로세서가 아닙니다만, 스냅드래곤 810 탑재기가 어떤 상황인지를 볼 때 현재로서는 808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같아 보입니다 (지플렉스2….).
LG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보통 LG폰은 최적화가 그다지 잘 되어있는 편이 못 되는데, 이번에는 성과가 꽤 좋습니다. G4보다 대부분 부드럽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발열이 거의 없다는겁니다. 물론 겨울이 되어가고 있기에 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쯤 농담) 화면 밝기 제한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쓰로틀링이 꽤 강력하게 걸리는 편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만 3D 게이밍을 하루 종일 하는게 아니라면 일상 수준에서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지플렉스2…).
마이크로 SD카드로 확장도 여전히 가능하며 미국에 사시거나 안타깝게 한국에서 구매하지만 이번에 수능을 본 수험생이라면 200GB 카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내장 스토리지도 64GB로 넉넉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삼성이나 HTC와 달리 적외선 송신기를 없애지 않았습니다. TV 리모콘을 아직도 못 찾아서, 아주 반가운 부분입니다.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에서도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습니다. 스몰 스크린이 다시 들어가서 내비키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밀기만 하면 한 손 조작에 편하게 화면이 작아집니다. 안드로이드 롤리팝도 LG 테마와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만, 편리한 기능이 많았던 LG 브라우저가 왜 사라졌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듀얼 윈도우는 여전히 지원 앱이 아주 적고 Q 슬라이드는 내장 앱 중에서도 일부만 지원합니다. 기본기는 충분해 보입니다만, 삼성 얘기를 할 필요도 없이 중국제 폰의 테마 기능보다도 테마 지원이 부실해 보입니다. LG 헬스는 S 헬스보다 기능이 현저히 부족해서 만보계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듭니다. 여러 모로 LG 소프트웨어에는 눈에 띄는 장점이 없습니다.
배터리:
5.7” QHD에 3,000mAH 배터리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3:40에서 4:20시간의 화면 켜짐은 이 정도 크기의 휴대폰에서 기대하는 시간보다 많이 짧은 수치입니다. 갤럭시 S6가 플래그십에 기대하는 배터리 수명을 너무 떨어트려놔서, 여러 모로 크게 험한 소리는 못 하겠습니다만 못 해도 한 시간은 더 가야 맞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행히 교체형 배터리입니다만, 기본 패키징에는 한 개만 포함됩니다.
충전은 무척 빠르고 고속 충전기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선 충전을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은 것이 좀 거슬리는데, 액세서리로 출시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만 왜 기본 포함을 안 시키는건지 모르겠네요. 크게, 두께, 및 무게를 고려해 봤을 때 갤럭시 S6나 갤럭시 노트5에도 들어가 있는 것이 빠진 점은 의아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무척 geek한 폰입니다. 굉장히 덕스럽게 폰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었죠. 기믹성도 있고 쓸모 없는 기능도 있지만. 제 마음에는? 무척 들죠. 하지만 다수에게 어필하진 않을겁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배터리가 너무 짧습니다. 갤럭시 노트5의 다른 벤치마크 상 배터리 수치보다도 한시간은 족히 짧은데 이건 분명한 단점이죠. 갤럭시 S6와 같은 가격인 것도 문제입니다. 과연 같은 돈을 주고 V10을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런게 오덕한 폰의 운명인겁니다. 저는 좋아하는데, 대부분은 아닐 거란 말이죠. 하지만 오덕한 폰을 만들 때 중요한건 이런 (점잖게 말해) 니치한 폰은 잘 안 팔릴거라는걸 알고 만드는겁니다. LG도 호불호가 갈리는게 우리가 의도한 바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걸 보면 모르는 것 같진 않은데 마케팅 규모를 볼 때 은근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죠. 아마 내부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G Pro 3가 더 잘 어울렸을 이 폰의 생산량이 부족할 일은 안타깝게도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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